경제·금융

구직난과 구인난

`90년대 중반까지 중소기업의 주된 애로요인은 자금난과 마케팅이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인력문제가 최대과제로 대두하고 있다. 작년말 산업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소제조업의 인력부족률은 평균 9.36%였으며 전체적으로 20만 4,951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생산직의 부족인력은 18만1,000명으로 전체의 88.5%를 차지했다. 인력부족은 기업규모가 작거나 지방기업일수록 심각하며 일부 기업은 공장가동을 중단하기까지 하고 있다. 중소제조 현장에서 인력난이 심각한 가운데 설비투자와 경기위축으로 실업자는 늘고 있다. 지난 3월중 실업자는 81만명으로 이 가운데 15세에서 29세 사이 청년실업자는 40만명을 넘었다. 비자발적 실업을 포함하면 청소년 10명중 1명은 실업자란 얘기다. 또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1990년 47.0%에서 2001년 48.8%로 높아졌으나 노르웨이의 76.3%, 미국의 60.2%는 물론 태국의 64.9%, 싱가폴의 55.5%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일본수준으로만 끌어올려도 70만명의 인력이 추가로 공급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와 같이 높은 실업률속에 인력난이 존재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구인ㆍ구직간에 불일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불일치는 ▲임금조건의 불일치 ▲근무환경의 불일치 ▲정보의 불일치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작업환경개선을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전국에 있는 고용안정센터를 통해 구인ㆍ구직자의 직종별 희망임금ㆍ연령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나 불일치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93년부터 산업연수제를 실시하고 있으나 연수목적으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를 사실상 취업케 함으로써 인권문제와 함께 불법체류자를 양산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산업연수생을 정규 근로자로 전환하는 고용허가제 도입방침을 발표했으나 중소기업들은 임금상승으로 경쟁력을 약화시키게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요약하면 80만명이 넘는 실업자속에 20만명이 넘는 인력이 부족하고 이를 메우기 위해 30만명이 넘는 외국인 불법체류자를 사용하고 있는 점이다. 외국인 근로자는 제조업에서 출발했으나 건설업, 어업 및 농업으로 확대되었다. 외국인근로자의 불법체류증가는 정치ㆍ경제ㆍ사회적으로 엄청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제 중소기업의 인력문제는 어느 한 부처차원을 넘었으며 범국가적인 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장기적 안목에서 인력수급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여성의 취업확대를 위해 유아원이나 탁아소 등 중소기업이 공유하는 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과 함께 중ㆍ장년 여성에 대해서는 기술훈련과 재교육 등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청소년의 취업확대를 위해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산학연계를 통해 주문식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또 50대 퇴직자의 취업노력과 고령화사회에 부응해 노인의 경제활동 참여를 촉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예컨대 직장에서 정년제를 단계적으로 철폐하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며 평생교육과 노인창업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아울러 노인요양시설을 확충하고 장기요양보험제도와 직장생활 초기부터 개인연금 가입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노동시장의 정보기능 강화와 인력재배치, 파견근로제, 재택근무 등 다양한 근로형태를 통해 유연성을 확대해야 한다. 임금과 생산성의 연계강화를 위해 중기 생산성협약을 체결하고 주5일 근무제 확산에 따른 근로시간의 단축과 여가시간 확대에 부응하는 생산성향상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이와 함께 노동정보망, 복지관련 전산망, 교육전산망, 4대 보험전산망 등 핵심 정보시스템의 연계로 구인과 구직사이의 연결을 체계화한다. 셋째 무엇보다도 외국인 근로자가 차지하고 있는 기피직무 분야의 근무환경 개선을 통해 내국인 대체노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한국생산성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소기업중 37%가 기피직무를 보유하고 있으며 기피직무는 분진ㆍ악취ㆍ소음 등 작업환경 열악과 단순반복 업무ㆍ중량물 취급 등 노동강도가 전체의 88.5%를 차지했다. 이러한 기피직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인력대체 장비를 개발하여 보급하면서 중소기업의 작업환경 개선, 공정개선, 레이아웃개선을 위한 기술지도를 강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이희범 서울산업대학교 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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