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대란… “탈출구가 없다”

◎주가 “폭락” 자금시장 “살얼음판” 환율 “널뛰기”『현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강경식 부총리 등 경제팀을 교체하고 김선홍 회장이 물러나는 길밖에 없습니다.』 기아사태라는 핵폭탄을 맞은 이후 쌍방울그룹이 화의신청에 들어가고 태일정밀이 부도유예협약 대상기업에 지정된데 이어 뉴코아그룹마저 화의 또는 법정관리 신청 움직임을 보이자 금융권은 현 난국의 해결을 위한 마지막 카드라며 한결같이 이처럼 입을 모았다. 현 경제팀의 상황인식과 대응 능력으로는 도무지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식시장과 자금·외환시장의 흐름은 당국의 잇단 개입과 긴급지원에도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1주일새 두차례나 증시부양책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증시는 20일 개장초부터 폭락세가 이어지고 30대 계열기업군의 대기업을 포함해 20여개 기업의 「부도임박기업」 리스트가 공공연히 나돌아 초대형 연쇄부도사태가 임박해진 위기감이 만연했다. 자금시장에서는 한은의 유동성 공급으로 은행권의 자금은 남아돌지만 정작 기업과 제2금융권으로는 수혈이 안돼 체감금리와 지표금리의 괴리감은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한은의 강력한 개입으로 살얼음판을 걷던 외환시장은 이날 장 마감을 앞두고 마침내 마지노선이던 9백15원을 붕괴시키고 말았다. 각 금융시장별 움직임을 살펴본다. ◎증권시장/직접자금 조달시장 기능 마비상태/중견기업까지 흑자도산 최악위기 기업들의 잇단 부도사태로 주식시장이 끝없는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로 인해 주식 및 채권시장을 통한 기업들의 직접자금 조달이 마비위기에 놓였다. 특히 연초 이후 대기업들의 잇단 부도후유증으로 은행 등 금융기관이 기업 대출은 물론 회사채 발행 보증마저 기피함에 따라 건실한 중견기업들마저 자금조달에 실패, 흑자도산을 하는 등 최악의 위기에 접어들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자금시장 불안정으로 주가가 폭락하면서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 및 유상증자 등을 통한 직접자금 조달 기회가 박탈되고 있다』며 『금융기관의 대출기피에다 직접 자금 조달기회마저 막히면 기업들의 연쇄 부도를 피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올들어 부도 등으로 관리종목에 편입된 상장기업체 수가 지난해의 42개사에 비해 50%이상 증가한 67개사에 달하는 것은 기업들이 주가 폭락 등에 따른 유상증자 및 채권 발행을 통한 직접자금 조달 기회가 원천 봉쇄된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말 현재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하려던 규모는 월간 신청액으로 사상 최대치인 3조9천86억원에 달했으나 실제 발행된 회사채 규모는 1조8천1백33억원에 불과해 채권 미발행 규모가 무려 2조9백53억원에 달했다. 이는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위한 금융기관의 지급보증을 받아내지 못한 데다 채권의 인수처도 확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여기에다 주가가 폭락하는 등 주식시장이 극도로 침체되자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도 벽에 부딪혀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월 상장기업들의 유상증자 신청규모는 3천8백29억원에 달했으나 10월중에는 이보다 35.6%가 급감한 2천4백68억원에 그쳤다. 그나마 그룹 계열사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뿐 긴급 자금이 필요한 중견, 중소기업의 유상증자 규모는 극히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4대그룹 계열사에 속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중견, 중소기업들이 최근의 주가폭락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하려 해도 대량 실권이 발생할 것을 두려워해 증자 일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전한다. 김경신 대유증권경제연구소 이사는 이와 관련, 『주가 폭락↓채권 발행 및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 경색↓기업 자금사정 악화↓부도↓주가폭락이라는 악순환이 깊어가는 양상』이라며 『은행 대출 등 금융권으로부터의 자금 조달이 막힌 기업들이 최근의 주가폭락 및 자금시장 불안정으로 최악의 자금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김형기 기자> ◎자금시장/지표금리는 하향안정세/유동성 넉넉불구 돈 안돌아/기업·2,3금융권 “전전긍긍” 지난 16일 한국은행이 종금사들에 대해 1조원의 특융을 지원한데 이어 18일과 20일 각각 6천억원과 5천억원의 자금을 RP를 통해 은행권에 공급했다. 이에 따라 하룻짜리 콜금리는 연13.20% 내외에서 형성되면서 단기금리는 지속적인 하향안정세를 유지했다. 은행권의 지준사정은 이날 현재 적수기준으로 1조4천억원이 남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단기자금시장에서는 유동성이 남아돌면서 종전과는 반대로 상오부터 콜론(콜자금 공급) 주문이 쌓이는 기현상을 보였다. 반면 정작 자금이 필요한 기업이나 제2, 3금융권은 자금을 구하지 못해 안달이다. 자금줄을 쥐고 있는 은행들이 자금악화설이 나도는 기업이나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자금공급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한다는 명분아래 유동성 공급을 넉넉히 하고 있지만 수요처까지는 자금이 돌아가지 않는 「빈혈증상」이 만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 원화딜러는 현재의 자금사정을 「아비규환」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한마디로 현재 우리 경제의 자금순환기능이 거의 한계상황에 도달해 경직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음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외환시장/마감직전 20여분 급등세/924원까지 치솟아/당국 마지노선 「915원」 붕괴 20일 외환시장에서 원화의 대미달러환율은 줄곧 달러당 9백14원90전선을 유지하다 마감직전 20여분동안 급등세를 타기 시작, 9백24원까지 치솟았다. 그동안 달러당 9백15원을 마지노선으로 삼았던 외환당국이 환율상승압력에 굴복하면서 환율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은 결과다. 환율급등의 원인은 ▲대기업의 부도사태 ▲증시를 떠나는 외국인투자가 ▲국제수지 적자 지속 ▲동남아 통화 폭락 등 다양하다. 모두 우리 경제의 취약성을 상징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외환시장 붕괴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외환당국의 환율저지 능력이 한계에 달했다』며 『달러공급이 수요를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황이 지속될 경우 외환위기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여전히 『전체적인 수급상황에는 무리가 없다』며 현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하고 있다. 한은 이강남이사는 이날 증시가 언제 회복될 지 알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 『오는 11월3일 외국인 주식투자한도가 확대되면 달러가 들어와 환율을 안정시킬 것』이란 막연한 기대만 드러냈다.<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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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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