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포항제철:6/하이퐁시 VPS공장(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과감한 투자·새경영 도입·고급품 생산/베트남 북부 「철강 젖줄」로/최근 「설비·제품·정신 3청결운동」 전개/현지근로자 조업력 향상 흑자 눈앞에/호·일 기업 속속 상륙 한판승부 준비도베트남 북부지역에 새로운 공업지대로 급부상하고 있는 하이퐁시의 홍방 공업단지. 베트남 정부의 도이모이(개방)정책 표방이후 들어선 30여개의 공장들속에 포철(POSCO)과 베트남의 국영철강회사(Vietnam Steel Corporation)이 합작, 설립한 VPS(베트남 포철 철강)가 우뚝 서있다. 공장을 들어서자마자 둥근 테의 철사(선재)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한곳에 수북히 쌓이고 있다. 워낙 단단한 철강을 다시 달궈 가공하다보니 철강재와 설비들간의 마찰음이 공장전체를 진동시킨다. 벌겋게 달궈진 철강을 바라보는 베트남 근로자들의 얼굴에도 밝은 미소가 넘친다. 이 공장은 주로 건설현장에 쓰이는 철근, 봉강, 선재 등을 주로 생산하는 봉강압연공장이다. 생산규모는 철근 7만톤, 봉강 7만톤 선재 6만톤 등 총 20만톤규모이지만 아직 완전가동상태는 아니다. 조업원년인 지난해 생산한 양은 8만5천톤이었다. 올해는 이보다 2배 늘어난 16만5천톤을 계획하고 있다. 경제발전에 속도가 붙기 시작한 베트남에서 철강제품 수요가 급증, 여기에서 나온 제품들은 없어서 못팔 정도다. 철근은 집을 지을때 쓰는 건축자재이고, 봉강은 파이프, 볼트 등을 만드는데 쓰인다.선재는 철사나 못 등의 재료가 된다. 바로 주민들이 흔히 접할 수 있는 제품이기에 베트남 근로자들은 자신들이 베트남북부지역의 경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생각하며 자부심이 대단하다. 포철이 VPS공장 건설에 나선 것은 외국자본이 베트남 북부지역에 투자를 막 시작하던 지난 94년. 이미 호치민에 아연도강판공장인 「포스비나」를 설립, 수요가 일기시작한 베트남내 철강시장에 큰 바람을 불러일으킨 것에 고무된 포철은 홍방공단내에 비나파이프사를 세운데 이어 바로 옆 부지에 세번째 베트남투자사업인 봉강압연공장을 건설키로 결정했다. 남북간 불균형을 걱정하고 있던 베트남정부의 요청이 있었는데다 머지않아 이 지역의 철강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당시 베트남 정부는 호치민의 발끝에도 못미친다고 할 정도로 생활이 열악했던 하노이 등 북부지역의 경제부흥을 도와달라며 포철측에 적극적인 투자유치공세를 벌였다. 북부지역 경제발전에는 무엇보다 기초재료인 철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당시 외국투자는 자본주의의 흔적이 남아있는 호치민 등 남부지역으로 몰리고 있었다. 반면 통일 베트남을 만들었던 정치주도세력들의 출신지인 북부지역에는 개방의 혜택으로 떡은 고사하고 떡고물도 돌아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북부지역은 그때와는 딴판이다. 하이퐁을 중심으로 개발열기로 가득하다. 이동식 VPS사장은 『북부지역의 변화에는 VPS공장이 한몫을 했다. 포철의 과감한 투자가 없었다면 외국자본이 용감하게 들어 왔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한다. 94년 4월 착공식현장에는 베트남 최고 지도자인 도 무오이 당서기장과 반 키에트 수상이 참석, 베트남정부도 애써 유치한 투자사업에 비상한 관심을 나타냈다. 이 공장에는 한국측의 포철 40%(포철 35%, 포스틸 5%)과 (주)대우 10% 등 50%, 베트남측의 국영철강공사 50%의 지분으로 총 5천6백만달러가 투입됐다. 이 공장은 착공한지 1년반뒤인 지난 95년 9월15일, 베트남의 독립 50주년 기념일에 맞춰 완공됐다. 지난해 매출 2천8백72만달러에 순이익은 4백38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이 사장은 『조업도 정상화됐고 현재 평균조업수준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에 흑자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올해 매출 6천1백67만달러에 1백33만달러의 흑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본격가동 2년만에 흑자기업으로 돌아서는 것이다. 『아직 공장의 가동수준이 만족할만하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며 『최근 시작한 「3 청결운동」을 통해 흑자기반을 완전 구축할 계획』이라고 이사장은 흑자비결을 내비쳤다. 「설비청결, 제품청결, 정신청결」을 내세우는 3청결운동은 베트남 현지인들의 자율적인 공장 관리능력을 높여 평균적 조업유지체제를 확립하려는 것이다. 이 운동이 성과를 거두면 제조원가를 절감하고 자금운용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흑자경영 달성의 비결인 셈이다. 이 운동이 효과를 보자 공장인근 지역 기관장과 업계 관계자 2백여명이 최근 공장을 방문, 제품제조 공정과 깨끗한 생산현장을 둘러본 후 『베트남공업 발전의 앞날을 확인했다』는 내용의 편지까지 보낼 정도였다. 하지만 흑자경영을 실현하기 위한 외부환경은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외국 철강업체들이 속속 철강공장을 건설,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호주기업인 VⅡ사가 현지합작으로 연산 12만톤규모의 봉강업체인 비나우스틸사를 건설한데다 일본자본인 비나쿄에이사(24만톤), 낫스틸비나사(12만톤) 등이 가동중에 있다. 여기에다 추진중인 철강공장 프로젝트만도 9개나 된다. 치열한 경쟁이 불을보듯 뻔하다. 러시아제 등 저가 철강재수입이 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이런 환경이기때문에 올해부터 흑자기업으로 돌아서겠다는 결의는 더욱 값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하이퐁(베트남)=문주용 특파원> ◎인터뷰/이동식 VPS공장 사장/“포철기술 외국인들도 경탄… 정부·시 관계자 자문요청 잇따라” 『지난 25년간 포철이 터득한 철강기술이 이곳 베트남에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이 빛은 베트남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것을 넘어 외국기업인들도 경탄을 금치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VPS공장의 완공때부터 줄곧 이곳에서 공장가동을 지휘하고 있는 이동식 사장은 하노이에서는 유명인사로 통한다. 이 공장이 하노이 등 북부지역에 질좋은 철강재를 공급, 철강수급에 숨통을 터주게 한 것 때문만은 아니다. 이 공장의 경영방법이 베트남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전해졌던 것이다. 『이곳 직원들은 처음에는 자신의 물건은 소중히 여기면서 공장의 기계부품은 전혀 관리를 하지 않아 이런 것부터 바로 고쳐야 겠다고 생각했지요』 올해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3 청결운동」이 바로 그것. 이 운동을 시작하자마자 경쟁업체인 외국합작기업 관계자 등 인근 공장 기업인들은 죄다 찾아왔다. 공장근로자들이 일욕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 그는 『조업은 정상적인 수준을 달성했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직원간에 차이가 큰 것이 문제였다』라며 『무엇보다 이런 정신운동을 통해 근무의 질을 고르게 하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한다. 업무매뉴얼을 만드는 작업이라고나 할까. 이 운동이 호응을 얻으며 소문이 나자 시당국 등 정부관계자도 공장을 방문, 경영기법을 배우고 갔다. 시당국에서는 종종 경제와 관련한 자문을 부탁하기도 한다. 포철의 간부가 아니라 한국기업을 알리는 전령사가 된 기분이다. 『베트남국민은 참 대단한 국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의 성실함, 엘리트들의 자부심 등은 마치 70년대 우리나라를 보는듯 합니다. 결코 호락호락할 사람들이 아닙니다. 내가 한국의 이미지를 결정할 것이라는 생각때문에 이곳에서의 생활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는 머지않아 귀국한다. 『가기전에 이 공장을 흑자기업으로 만들어야죠. 한해 운좋게 흑자를 내는 것이 아니라 계속 흑자가 나는 기업으로 만들어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포철제철소 근무를 시작으로 철강산업에 몸담았던 그는 이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월남근무의 마무리에 정성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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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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