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고합 경영진 교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기업인 고합그룹이 자구수단으로 계획했던 외자유치가 실패로 돌아갔다. 특히 지난해 고합그룹의 적자규모가 실사기관이 워크아웃 플랜을 작성할 당시 추정했던 것보다 훨씬 커져, 실사회계법인에 대한 문책이 불가피하다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한빛은행은 고합그룹의 「1차 워크아웃 작업」이 실패했다고 보고, 경영진 물갈이와 함께 1조원 규모의 대출금을 추가로 출자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한빛은행은 14일 고합그룹의 채권단 운용위원회를 열고, 고합의 외자유치가 실패한데 따른 추후 대책을 논의했으며, 이른 시일내 서면결의를 통해 그룹 정상화 방안을 수립키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 주채권은행은 『고합이 자구수단으로 계획했던 울산 2단지 공장의 매각이 인수희망자인 듀폰과의 가격차이로 무산됐다』고 밝혔다. 고합그룹과 채권단은 지난해 워크아웃을 결정하면서 이달말까지 공장매각을 완료, 1조원의 자금을 마련키로 했었다. 그러나 듀폰측이 울산공장의 인수가액으로 4억달러 가량(약 5,000억원)만을 제시한데다 2단지 공장중 「알짜배기」인 PTA(고순도테레프탈산)부분만을 사겠다는 입장을 고수, 매각협상은 실패로 돌아갔다. 채권단은 지난해 고합그룹에 대해 당초 1조5,000억원의 출자전환을 추진하다 그룹측의 반발로 출자전환 금액을 5,000억원으로 줄였으며, 부족금액은 매각에 따른 외자유치 대금으로 채운다는 계획을 세웠다. 채권단은 이에따라 고합 의 경영권도 이달말까지 외자유치를 성공시킨다는 조건으로 유지해줬다. 고합그룹은 특히 지난해 결산 결과 당초 회계법인이 추정했던 적자규모(8,833억원)보다 무려 2,500억원이나 많은 1조1,347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채권단은 현 경영진에 대해 외자유치 실패와 대규모 적자에 대한 책임을 묻기로 하고, 장치혁회장을 명예회장 또는 이사회의장으로 물러나게 하는 등 경영진 대부분을 물갈이하기로 했다. 그러나 기업구조조정위원회와 채권단 일각에서는 장회장이 이사회의장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 실질적인 경영권박탈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어, 이에대한 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정상화 작업에 진전이 없는데도 불구, 주채권은행이 워크아웃 작업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특혜시비」 마저 불거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빛은행은 이날 운영위원회에서 고합의 회생을 위해 1조원의 추가출자전환이 필요하다고 채권단에 제시했다. 특히 실사기관인 세동회계법인이 워크아웃 플랜을 작성하기에 앞서 채권단에 제출한 실사보고서보다 적자규모가 훨씬 커져, 회계법인에 대한 제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워크아웃기업의 정상화플랜은 실사기관이 보여준 기업의 미래상환능력에 의해 작성하도록 돼있음에도 불구, 이처럼 적자추정에 엄청난 오류를 범해 채권단의 손실을 가중시켰다』며 『수임배제나 영업정지 등의 극단적 제재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기 기자 YG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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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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