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신용불량자 해소 등 잇단 대책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 현재 가계부채가 사상 처음 500조원을 넘어 소비회복을 통한 경기회생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개인부채잔액은 지난해 말 507조원으로 전년 말보다 5.3% 늘었고 가구당 부채잔액도 3,242만원에 달했다.
자산도 5.1% 늘긴 했지만 부채증가율을 밑돌아 가계부채문제가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개인자산대비 부채상환능력을 나타내는 배율은 2.06배로 전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해 가계부채문제가 더 이상 악화하진 않을 것이라는 점은 다행스럽다.
가계부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드뱅크설립 등 정부가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도 가계부채가 늘고 있는 것은 경기회복속도가 느려 소득증가 폭이 낮고 고용이 늘지 않는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개인들이 씀씀이를 줄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국제원자재가격상승, 등록금을 비롯한 각종 공과금의 인상 등으로 더 이상 줄이기도 어렵다.
지금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인 내수부진은 소비가 늘어나기 어려운 구조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늘리고 신용불량자를 구제하는 것만으로 가계부채를 줄일 수 없다. 방법은 경기회복을 촉진함으로써 일자리를 늘려 소득증대로 이어질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려면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할 수 있도록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
지금 기업들의 투자수요는 매우 높다. 아울러 자꾸만 해외로 빠져나가는 돈을 국내에 묶어둘 수 있는 유인책을 강구해야 한다. 지난해에만 200억달러가 넘는 돈이 해외여행ㆍ유학ㆍ이민 등으로 빠져나갔다.
국제화시대에 해외진출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지만 투자환경을 국제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교육ㆍ의료ㆍ문화 등 서비스산업기반을 조성한다면 그만큼 경기회복속도가 빨라질 것이고 고용도 늘어나 가계부채도 점차 줄어들 것이다. 상환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가계부채 증가는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