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1등 상품 되려면 원천기술 개발은 필수"

貿協·본지 주최 '세계 1등 상품의 경쟁력과 육성방안' 좌담<br>경공업은 디자인등 소프트 경쟁력만 갖춰도 승산

사회: 현오석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장


▦ 참석자(가나다순): 최영철 ㈜텍스링크 대표이사, 허경신 ㈜아틀라스BX 부사장, 나도성 산업자원부 무역유통심의관, 박시룡 서울경제신문 논설실장 글로벌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1등이 아니면 살아남기 어렵다. 1등을 차지하기란 쉽지 않지만 1등을 유지하는 것 또한 끊임없는 투자와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그래서 지구촌에서 인정받는 1등 상품은 한국의 자존심이자 한국 경제를 이끄는 견인차이다. 하지만 세계 수출시장에서 한국의 시장점유율 1위 품목은 지난 2002년 66개에서 2003년 62개, 2004년 59개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때문에 새로운 전략과 첨단기술로 한국 기업의 신화를 새롭게 일궈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한국무역협회와 서울경제는 19일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수출 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1등 상품의 경쟁력과 육성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1등 상품을 발굴하려면 원천기술 개발에 과감히 투자하고 디자인ㆍ품질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글로벌 경영마인드를 갖춰 시시각각 변하는 외부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서 1등 상품은 어떤 의미와 중요성을 갖고 있습니까. ▦박시룡 논설실장=아시다시피 수출은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을 담당했으며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장점유율 최고인 1등 상품은 전세계 소비자로부터 인정받는 한국의 대표주자입니다. 품질과 가격 경쟁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봐야겠지요. 1등 상품이 많이 나와야 수출도 늘어나고 한국 경제도 밝아질 것입니다. 1등 상품을 위한 제도적 장치나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나도성 국장=산업자원부에서도 해마다 수출 일류상품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1등 상품을 만들어내겠다는 정책적인 개념을 담고 있지요. 세계시장 점유율 상위 5위권 상품이나 차세대 유망상품을 세계 최고로 육성하자는 취지에서 나왔습니다. 최근 무역협회 자료를 보니 1등 상품 중 경공업 제품이 줄어들고 있더군요. 중화학제품의 숫자는 유지되고 있으며 전체 수출규모는 늘어난 측면도 있습니다. 산업구조가 경공업에서 중공업으로 이전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1등 상품이 줄었다고 해서 실망할 게 아니라 산업구조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사회=경공업에 속하는 섬유산업은 중국의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선진국의 높은 경쟁력을 감안하면 해답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섬유직물 업계의 현황과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최영철 대표=섬유산업은 가격경쟁력면에서 중국과 경쟁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바이어 입장에서 품질을 중요시하지만 가격도 따지지 않을 수 없으므로 국내 업체가 가격경쟁이라는 파고를 넘기가 쉽지 않죠. 현재 일부 섬유제품이 1등을 유지하는 이유가 과거 영향력 때문이지 미래지향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은 씁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 한국기업의 경험과 기술은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처럼 고품질ㆍ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승부를 걸어볼까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지요. ▦사회=아틀라스BX는 자동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등 상품을 수출하고 있는 국내 축전지 산업의 경쟁력은 어떤지요. ▦허경신 부사장=주력제품인 자동차 배터리 시장은 성숙단계에 접어들어 연간 성장률이 3%에 머물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은 구조조정 과정에 있습니다. 일본 등 선진국은 이미 구조조정을 겪었으며 중국은 10년 전 100개에 달했던 전지회사가 2~3년 전 10개로 줄어든 상태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업계는 가격경쟁에만 치중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프리미엄 제품과 자사 브랜드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ㆍ태국 등 후발국과의 가격경쟁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프리미엄 전지에 중점을 두면서 시장을 넓히고 있는 것이지요. ▦나 국장=국내 경공업의 경쟁력과 관련해 두 가지 대안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먼저 섬유업계도 글로벌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지요. 한국에서는 핵심적인 디자인 공정을 담당하고 중국에서 공장을 돌려 중동 등지에 제품을 내다판다는 얘기입니다. 개성공단도 고려해볼 만한 대상입니다. 인건비가 싼 만큼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죠. ▦최 대표=실제 개성공단에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인건비 차원에서 상당히 매력있는 대안이죠. 하지만 입지조건이나 사업진척 속도 등에 제한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업계에서는 사업기회를 잡으러 중국에 갔다가 실패한 경우가 많습니다. 따져보면 중국보다 개성공단을 대안으로 삼을 수 있지만 더딘 행정처리에다 불확실한 지원 등은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봅니다. ▦사회=경공업 얘기로 돌아가서 1등 상품 중 25개가 경공업 제품이더군요. 일부 기업의 경우 현상유지조차 어렵지만 사업모델을 제대로 업그레이드하면 경쟁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다고 봅니다. 경공업에서 1등을 찾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죠. ▦박 실장=두 분의 사장도 말씀해주셨지만 특별한 뭔가가 없으면 세계시장에서 1등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1등을 하려면 여러 조건이 있겠지만 가격ㆍ품질 등 두 가지 경쟁력이 관건입니다. 여기에다 급변하는 세계시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고객과 수요자의 요구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하는 글로벌 경영능력이 조화를 이뤄야 1등을 차지하고 이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경공업 제품에서 1등 상품을 더 많이 내놓기 위해 개선돼야 할 점이 있다면. ▦박 실장=우선 경공업이 사양산업이라는 시각을 바꿔야 합니다. 경공업은 노동집약도가 높은 반면 부가가치나 자본기술집약도는 낮다는 인식에서 사업을 일찌감치 포기한 측면도 있지요. 이제는 경공업과 중공업을 구분하는 게 무의미해지고 있습니다. 경공업에서도 부가가치가 높은 신상품이 많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일본ㆍ이탈리아 등 선진국들은 섬유산업을 포기하지 않고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사회=과거의 잣대로 경공업을 후발국에 넘겨줘야 하는 산업으로 가볍게 생각하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박 실장=그렇습니다. 아울러 경공업에서 1등 상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고도의 원천기술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기술능력이 평준화된 제품들이라면 디자인과 염색 등 소프트 경쟁력을 갖춰도 승산이 있겠지요. 좋은 원단과 소재를 갖고 있어도 디자인이 떨어져 경쟁에서 밀린다는 얘기를 자주 듣습니다. 세계적인 명품인 루이뷔통도 한국 원단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 섬유산업도 가격경쟁력에 의존하지 않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박 실장께서 기술의 중요성을 지적해주셨습니다. 실제 현장에서도 기술이 1등 상품의 열쇠로 작용하고 있지요. ▦허 부사장=물론입니다. 축전지의 경우 라이프사이클이 긴 편이지만 기술개발에 따른 품질관리가 중요합니다. 특히 독일ㆍ미국산 경쟁제품을 능가하기 위해서는 기술에 바탕을 둔 신뢰가 관건이죠. 선진국에서 기술을 도입하는 시기는 지났습니다. 우리 회사도 기술개발로 원가를 10%가량 줄였습니다. 이로써 비용경쟁에서도 한발짝 앞서고 세계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1등 상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술력을 앞세운 프리미엄 고가전략을 써야 합니다. ▦최 대표=패션산업에서도 디자인만큼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유명 브랜드들이 한국 원단을 사용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품의 가치는 브랜드 디자인에 따라 결정되고 있습니다. 디자인의 창조성이 창출해내는 부가가치는 자동차산업보다 더 크다고 볼 수 있지요. ▦나 국장=섬유산업을 비롯한 경공업 부문에서 세계 1등을 차지하려면 원천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우리 섬유산업의 생산기술은 선진국 수준까지 올라와 있지만 원천기술은 다소 뒤진다고 볼 수 있죠. 생산기술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제는 원천기술로 눈을 돌려야 할 때입니다. 특히 부품소재 분야에는 중소기업의 사활이 걸려 있습니다. 정부도 부품소재 개발에 2,000억원 이상 재정을 투입하는 등 정책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회=최근 원화 강세와 유가 급등, 원자재가격 상승 등에 따라 많은 수출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이 같은 환경변화를 어떻게 대응하고 활용해야 할까요. ▦허 부사장=배터리 매출원가의 60%는 납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납의 국제시세는 2003년보다 2.4배나 뛰어올랐습니다. 이 같은 고비용 구조가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도록 하는 자극제로 작용했습니다. 환율 급락도 해외 공장을 짓는 등 글로벌 전략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최 대표=섬유가격 협상은 완성품을 보내기 4~5개월 전에 이뤄집니다. 그래서 섬유업계는 환율 변동에 촉각을 세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근 환율 등락폭이 커져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정부나 무협 차원에서 정보 공유, 환리스크 헤지 등의 도움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FTA 협상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전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무역장벽이 사라질 경우 업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회=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기업은 어떻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까요. ▦박 실장=한국 경제는 현재 선진국의 기술장벽과 중국 등 후발국가의 빠른 추격 사이에 끼여 있다고 볼 수 있지요. 샌드위치 형국에서 탈출하려면 기술중심의 경영에 주력해야 합니다. 품질과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해외로 나간다고 하지만 독자기술이 없으면 이내 한계가 드러나지요. 국내 경영자의 디자인에 대한 관심도가 낮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경영자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변하기 어려운 부분이지요. 아울러 글로벌 경영마인드를 갖춰야 합니다. 시장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고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환율 등 외부변수에 대비하는 능력을 키워야 할 것입니다. ▦사회=마지막으로 기업 입장에서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허 부사장=해외 바이어 입국 때 절차를 간소화했으면 합니다. 최근 나이지리아 바이어에게 방한을 요청했더니 ‘비자발급 절차가 무척 까다롭다’며 당장 대사관으로 함께 가자고 하더군요. 국내 수출기업이 추천할 경우 해외 바이어에 대한 비자발급이나 입국심사에 편의를 제공했으면 좋겠습니다. 물류비용에 대한 부담도 글로벌 경쟁력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최 대표=섬유산업 등 경공업 부문은 경제 기여도에 비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은행 창구에서도 섬유업종이라면 일단 색안경을 끼고 기존 대출마저 회수하려고 하더군요. 정부 차원에서 대출요건을 완화하거나 장기저리 예산을 늘려주는 등 정책을 펼쳐주기를 기대합니다. ▦나 국장=수출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최대한 해결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논의하는 등 노력하겠습니다. 경영환경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모두가 1등 상품을 하나라도 더 만들어내는 데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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