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담배연기로 날아가는 돈이 10조원에 이르고 있다. 직접 담배를 소비하는데 들어가는 돈이 4조원에 이르고 흡연에 따른 질병 치료비가 5조5,000억원, 담뱃불로 인한 화재 손실도 수십억 원을 넘는다. 천문학적인 돈이 해마다 담배연기와 함께 허공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한해 담뱃값이 4조원= 직장인 이상훈(33)씨는 지난 2009년 10년간 피워오던 담배를 끊었다. 하루 흡연량이 10개비 정도로 골초는 아니었지만 금연에 성공한 뒤 몸이 가뿐해졌다. 이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해부터는 담배를 끊어 아낀 돈으로 매달 2만원씩 기부를 하고 있다. 마음까지 건강해 지는 것 같아 생활이 즐겁다. 정부부처에 근무하는 A씨는 지난해 금연에 성공했다. 매일 2갑씩 피우던 담배를 끊자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졌다. 한 달에 15만원씩 1년이 지나니 꽤 많은 돈이 모였다. 이처럼 금연에 성공하면 1차적으로는 건강을 얻지만 부수적으로 흡연을 함으로써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가령 하루 한 갑씩 40년간 담배를 피운다고 가정하면 평생 1만4,600갑을 사느라 3,650만원(1갑 2,500원 기준)을 지출하게 된다. 담배가격은 떨어질 가능성이 없고 올라갈 일만 남아 이 비용은 얼마까지 늘어날지 예상하기 힘들다. 국내 1위의 담배회사인 KT&G는 2009년 국내에서 590억5,800만개비의 담배를 팔았다. 20개비 담배로 29억5,200만갑이 넘는다. 그 해 KT&G 담배 매출액은 2조4,720억에 이른다. KT&G 외에 수입 담배회사 등의 판매량도 357억개비가 넘는다. 매출액으로 치면 약 1조5,000억원에 이른다. 한해 동안 국내에서 팔린 담배만 4조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전라북도의 올해 예산액과 비슷한 액수다. 다행인 것은 국내 전체 담배 판매량이 2008년 949억2,100만개비를 정점으로 줄어들고 있다. 2009년 947억6,200만개비에 이어 지난해에는 3ㆍ4분기까지 672억6,100만개비가 팔려 연간 판매량은 900억개비 이하로 추정된다. 반면 수입 담배의 선호도는 높아져 점유율이 40%에 육박하고 있다. 김은지 금연운동협의회 사무총장은 "우리나라의 담배관련 규제가 약한 틈을 타고 수입업체들이 집중적인 마케팅을 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20~30대 젊은이들과 여성층에서는 수입 담배 점유율이 50%에 육박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해 던힐 등의 제조ㆍ판매사인 BAT코리아 측은 "특별한 의도를 갖고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은 아니다"며 "국제기준에 맞춘 마케팅을 하는 동시에 청소년 등 비흡연자에게는 흡연예방 캠페인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흡연의 사회경제적 비용 5조5,000억원= 정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흡연의 사회경제적 비용(2007년)'을 5조6,396억원으로 집계했다. 흡연 때문에 발생하는 질병으로 인해 5조4,603억원, 기타 비용으로 1,739억원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흡연자가 질병이 생겨 진료비로 쓰는 돈이 1조4,252억원, 환자를 돌보는 간병비로 1,896억원, 진료를 받기 위해 의료기관을 다니는 교통비로 203억원이 쓰였다. 담배를 안 피우는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에게 치료비를 대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정 연구위원은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고 조기 사망함에 따른 소득손실액을 3조5,214억원, 관련된 작업손실액을 3,038억원으로 집계했고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액도 1,715억원이나 된다고 설명했다. 하루 평균 진료비 약 39억원, 생산성 손실 약 105억원이 흡연 때문에 발생하는 셈이다. 이와 함께 정 연구위원은 40대 남성이 담배를 피울 경우 피우지 않는 사람에 비해 6.28년을 일찍 사망하고, 뇌혈관질환으로 약 1,125만원을 평생 동안 진료비로 더 지출하게 된다고도 덧붙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흡연이 유발하는 질병의 범위를 더 넓게 책정해 흡연 때문에 개인이 병ㆍ의원이나 약국에 지불하고, 이에 따라 건강보험에서 지출되는 금액을 연간 2조7,721억원(2008년)으로 산정했다. 최영순 연구원은 "2008년을 기준으로 흡연관련 질환으로 건보공단에서 지출한 급여비가 2조428억원인데 이는 전체 건강보험 급여비의 약 7.99%에 해당한다"며 "흡연으로 인한 질환의 범위를 어디까지 보느냐에 따라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담뱃불로 인한 화재 피해도 적지 않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2007년 6,416건, 2008년 7,222건, 2009년 6,903건, 2010년 5,284건(잠정)의 화재가 담뱃불이 원인으로 판명됐다. 단일 화재원인으로는 전기와 방화에 이어 세번째를 차지한다. 이에 따른 재산피해는 2007년 78억원, 2008년 66억원, 2009년 64억원, 2010년 52억원에 이르며 매년 10여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부상당하는 등 인명피해도 적지 않았다. 이로 인해 미국이 담뱃불로 인한 산불 등을 막기 위해 최근 저발화성 화재안전담배를 우리나라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 사무총장은 "연간 10조원이나 되는 비용이 흡연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데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낭비"라며 "흡연에 따른 폐해는 장기간 누적돼 나타나는 만큼 정부에선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금연운동에 나서고 담배 제조회사들도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