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공공기관들이 운영하는 정보공개제도가 거꾸로 가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및 정부투자기관들이 국민들의 정보공개 요구에 응하지 않는 비중이 최근 들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민들이 행정심판 등으로 이에 불복하는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30일 행정자치부가 올 초까지 집계한 ‘정보공개제도 운영현황’에 따르면 88개 중앙정부 부처 및 광역지방자치단체(기초자치단체 포함)와 산하 공공기관들에 대한 국민들의 정보공개 청구 건수는 지난해 13만841건에 달했으나 이에 대해 전부 공개한 건수는 9만6,899건으로 공개율이 80.2%에 그쳤다. 이는 지난 98년 정보공개를 의무화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최저 수준으로 2003년 참여정부 출범 이후 정보공개 비율은 오히려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 첫해인 2003년 정보공개 비율은 91.8%로 역대 최고치에 달했으나 2004년에는 81.2%로 하락한 데 이어 지난해 역시 1%포인트 떨어졌다. 행정기관들이 청구된 정보공개 요구에 대해 아예 ‘비공개’로 대응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2003년 정보 청구에 대한 미공개 비율은 4.2%에 불과했으나 2004년 10.1%로 두배 이상 급증한 데 이어 지난해 역시 9.4%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일선 지자체에서 주민들이 정보비공개 결정에 불복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민원 당사자가 이의신청ㆍ행정심판ㆍ행정소송 등으로 불복을 청구한 건수가 2004년 73건, 지난해 129건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7월까지 무려 100건에 이르렀다. 이들의 불복 청구에 대해 행정법원 등이 ‘이유 있다’며 청구자들의 손을 들어준 ‘인용률’도 지난 3년 평균 35.7%에 달했다.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의 김정권 의원(한나라당)은 “지방 행정기관들이 너도나도 ‘열린 행정’을 주장하고 있으나 주민들의 불복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것은 기관들 스스로 정보공개 결정에 신중하지 못하다는 증거”라며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사항에 대해 자발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고 특히 주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나 행정감시가 필요한 분야는 공표기준을 대폭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중앙 행정부처의 한 관계자는 “정보공개제도가 시행 10년이 다돼 가면서 더욱 더 고급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다 수용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개인의 프라이버시나 비밀 관련 사항도 있고 과다한 정보공개 청구가 행정기관의 업무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