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진대제와 정통부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을 곁에서 지켜보면 ‘작은 거인’이라는 인상이 짙다. 그는 단신임에도 왕성한 체력을 과시하며 세계 각국과 국내 곳곳을 부지런히 누비고 다녔다. 진 장관 스스로 “한 달의 절반은 하늘에 떠 있다”고 말할 정도로 열심히 발품을 팔았다. 오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그날 저녁 정보기술(IT) 기업 관계자들이 서울 시내 호텔에서 주최한 만찬에 모습을 드러내는 식의 일정도 잦았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진 장관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것도 단지 ‘머리’만이 아니라 ‘발’을 함께 평가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IT 전문가로서의 역량뿐 아니라 일에 대한 열정이 오늘의 진 장관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진 장관은 이제 정치인으로의 변신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IT 전문가의 이미지가 짙다. 진 장관은 실제로 지난 3년간 국내 IT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진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이틀 후인 2003년 2월27일 임명됐다. 참여정부 첫해인 2003년 세계 13위였던 전자정부지수는 지난해 5위로 뛰어올랐다. 국가경쟁력(기술부문)지수는 27위에서 2위, 국가정보화 수준은 12위에서 3위로 수직 상승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디지털기회지수(DOI)에서 한국이 세계 1위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휴대인터넷(와이브로)과 지상파DMB는 단군 이래 한국 최초의 세계 표준 기술로 자리매김했다. 뛰어난 역량을 가진 성실한 사람에게는 합당한 역할을 맡기는 게 옳다. 그가 어디에 새로운 둥지를 틀고 어떤 결정을 내리든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혹 새로운 수장을 맞게 될 정통부 내부에서도 순수 엔지니어였던 그가 그려온 큰 밑그림과 원칙들을 당분간 지켜주는 게 필요할 것 같다. 기술이나 시장이 아닌 정치적인 결정이 너무나 참담한 결과로 돌아왔던 전례를 자주 목격했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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