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두차례 이상 금리를 대폭 올릴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뉴욕 월가가 며칠째 고개를 숙이고 있다.지난 17일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이 금리인상 의사를 밝혔을 때 월가는 한번에 0.25%포인트의 금리를 올리는 것으로 낙관, 주가가 뛰어올랐다. 그러나 며칠 후 투자전략가들이 그린스펀의 말을 곱씹으면서 분위기가 급반전, 금리가 두번(0.5%포인트) 이상 오를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오는 30일에 금리를 0.5% 올릴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24일 금리가 대폭 인상될 것이라는 데 대한 불안감으로 뉴욕 주식 및 채권시장, 미 달러가 동반 하락했다. 다우존스 지수는 132.03포인트(1.2%) 떨어진 1만534.83에 마감, 나흘째 하락세를 보였다.
경제조사기관인 매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사가 18명의 전문가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7명이 이달 말 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것이라고 예측했고 그중 10명이 두번 이상의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UCLA 대학의 보고서는 세차례(0.75%)나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월가의 분위기가 금리 대폭인상 쪽으로 돌아선 것은 한번 인상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트레이더들은 금리가 1회 인상에 그칠 경우 주가가 상승, FRB가 노리는 과열진정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대폭인상설이 시장분위기를 주도하면서 시장금리도 올라 기업들의 금융부담이 커지고 있다. 금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채권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대량 투매를 하는 바람에 미 재무부채권(TB) 30년물의 수익률은 19개월 만에 최고인 6.17%까지 올랐다. TB 수익률은 올들어 1.25%포인트나 올라 금리 대폭인상의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포드 자동차는 지난 16일 60억달러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채권시장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계획을 보류했다. 초우량기업이라도 며칠 사이에 10BP(0.1%) 이상 뛰는 금리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트레이더들은 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0.25% 인상될 경우 7월1일의 6월 구매관리지수 2일의 6월 임금동향 결과를 보고 최악의 시나리오(0.75% 인상)에 대비할 태세다. 월가의 대표적 증시낙관론자인 골드먼 삭스의 애비 코언씨는 『금리인상만으로는 증시가 장기적 흐름에서 중대한 손실을 입지 않을 것이지만 과도기의 불안감에 흔들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뉴욕=김인영 특파원 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