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기업 사외이사 절반이상 확대 의미.과제

하지만 다른 대기업들과 전경련 등은 사외이사의 「한계효용 체감론」을 주장하는 등 반발도 만만치않은 실정이다.◇사외이사 확대=오는 24일 주총을 앞두고 참여연대 측과 물밑 접촉을 계속해온 현대중공업은 최근 사외이사를 전체 이사회구성원의 절반이상으로 확대키로 했다. 사실상 참여연대측 주장에 굴복한 셈이다. 이에 따라 현행 사외이사가 2명을 포함, 12명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사회를 이번 주총에서 사내이사 5명과 사외이사 5명씩 동수로 구성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현대그룹 김재수(金在洙) 구조조정위원장은 9일 계열사중 자산 2조원이상인 8개계열사는 대부분 사외이사수를 전체이사의 절반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는 17일 주총을 앞두고 있는 SK텔레콤도 사외이사를 절반이상으로 확대키로 최근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이에 따라 현행 4명인 사외이사는 이사회멤버의 절반인 6명으로 늘게 된다. ◇조기 확대 배경= 주요 대기업들이 속속 사외이사수 확대를 결정한 것은 우선 각사가 처해 있는 내부 사정때문. 이들은 모두 이런저런 이유로 참여연대의 표적이 돼 왔다. 데이콤의 경우 LG그룹가 인수하는 것을 참여연대와 노조가 반대해왔던 터라 대주주인 LG가 이들의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경영권 인수와 관련한 논란을 매듭짓는 효과를 얻게된다. 이와함께 현재 준비중인 나스닥 상장과 관련, 경영투명성 및 지배구조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구축해야 한다는 자체 필요성도 또 다른 배경이다. 현대중공업이나 SK텔레콤도 비슷한 처지. 그룹을 대표하는 현대중공업은 계열사 주가가 폭락하는 등 「현대」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점이 이같은 결정의 배경이다. SK텔레콤 역시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꾸준히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선 참여연대등이 요구하는 「사외이사수 확대」문제로 불필요한 잡음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이보다는 경영투명성 제고에 관한 주주들의 요구가 시대적 대세라고 판단, 이들 조치를 수용키로 한 것으로 보인다. 데이콤의 남영우 부사장은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기업의 경영활동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의해 이같은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이라며 『데이콤은 대세를 선도했을 뿐』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이나 SK텔레콤은 데이콤과는 달리, 참여연대가 요구하고 있는 소액주주의 사외이사 추천권에 대해선 받아들이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SK는 또 집중투표제도 「국내 기업에 선례가 없다」며 시행을 3년후로 미루기로 했다. 현대측 관계자는 『사외이사 추천권을 T/O제처럼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회사의 주요 사안을 결정할 사외이사에 검증도 되지 않은 인물을 앉힐 수는 없다는 것이다. 대신 현대는 올해부터 감사위원회를 3명으로 구성, 위원중 3분의2를 사외이사로 하기로 했으며 SK는 현행 감사협의회를 감사위원회로 개편, 경영투명성을 더욱 강화, 참여연대의 예봉을 무마하겠다는 입장이다. 아무튼 이달 주총에서는 경영투명성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사외이사 확대 등을 결의하는 대기업들이 앞으로 속속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만치않은 반발, 문제점 및 과제= 사외이사를 절반으로 하고, 이사회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데이콤의 지배구조개선안이 발표되자, 전경련 관련부서에는 문의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 개정 증권거래법에 따르면 오는 4월부터 법이 시행되기 때문에 자산 2조원이상인 대기업은 이번 주총이 아니라 내년주총부터 사외이사수를 전체 이사회구성원의 절반이상으로 확대하면 되는 까닭이다. 전경련은 『개별 기업(데이콤)의 결정에 대해 재계입장을 밝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식입장을 내지 않고 있지만 데이콤, 현대중공업, SK텔레콤이 내년부터 도입되는 「사외이사 절반이상 확대」규정을 미리 당긴 것에 대해 당혹해하고 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제가 지난 98년 첫 도입된 후 대주주를 견제하는 등 순기능을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투명성 제고를 위해 무작정 숫자를 늘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의 이병욱 기업경영팀장은 『사외이사는 2명일때 최고의 효과가 발휘되며 갈수록 효용이 떨어지는 「효용체감의 법칙」이 있다』면서 『사외이사의 숫자를 늘리는 것은 기업의 코스트 비용을 높이고 대주주의 권한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현실적으로 교수, 변호사, 회계사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외이사의 공급부족 현상도 우려된다. 현행 법규상 사외이사는 대주주와 관련이 없고, 경쟁회사 출신이 아니어야 한다는 등 자격제한이 많아 사외이사가 교수, 변호사 등에 한정될 수 밖에 없다는 것. 이러다보니 사외이사가 기술지도, 사업아이디어 제공 등 이사로서 기대되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채 대주주 견제만 하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이 해당기업과 거래관계 등 연고가 없는 것으로 확인만 되면 사외이사로 선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라는 점에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대목이다. 문주용기자JYMO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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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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