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차별받는 리모델링

"재건축에는 막대한 자산증식을 인정하면서 리모델링은 이를 막는 이유를 모르겠네요."(A건설 관계자) 관심을 모았던 리모델링 정책방향이 지난 28일 결국 수직증축과 가구 수 확대 불가로 결론이 났다. 국토해양부 발표 이후 시장의 반응은 예상대로다. 리모델링 추진이 활발한 분당신도시 일대에서는 "정부가 신도시에 대해서만 지나친 차별을 하고 있다"며 강한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건설업계 역시 "정부가 명확한 근거도 없이 구조 안전 문제를 들어 수직증축을 반대하는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여기에 여당인 한나라당조차 주거안정 테스크포스(TF)에서 국토부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리모델링 수직증축 법안을 정기국회에 상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재건축∙재개발과 리모델링 정책 사이에서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발단은 "리모델링이 자산증식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정부 입장에서 비롯됐다. 재건축의 경우 기본적인 규제는 전용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를 전체의 60% 이상으로 유지하고 늘어나는 용적률의 25%을 임대주택으로 환수하는 것이다. 이 조건만 갖추면 해당 지역의 법적상한선 내에서는 얼마든지 용적률을 늘릴 수 있다. 재건축사업으로 생기는 이익의 일부를 환수할 뿐 자산증식 자체를 인정하는 사업구조다. 여기에 정부는 '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내지 폐지까지 검토하고 있다. 반면 리모델링의 경우 면적 증가가 30% 이내로 제한된다. 층고를 높이거나 늘어나는 용적률 중 일부를 일반분양으로 전환할 수 없다. 모든 사업비를 조합원 주머니에서 부담해야 한다. 차별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특히 정부의 이번 방침으로 사실상 면적 증가가 무의미한 중대형 아파트 단지들은 리모델링사업 길이 막혀 계속 노화를 방치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대형 단지의 경우 가구 수 증가를 통한 일반분양을 허용하면 소형주택 공급 확대라는 정책에도 부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모델링은 한때 정부가 재건축의 대안이라며 적극 권장하던 도시재생 방안이다. 하지만 지금 정부에서는 이 같은 정책 의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제 와서 무조건 규제하기 보다는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그게 정책의 형평성이나 일관성에도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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