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30대그룹 출자총액 급증] 증시활황이 재벌구조조정 막는셈

그동안 개미군단이 주식시장에 쏟아부은 쌈지돈은 5대 재벌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데 쓰이고 있었다.희극치고는 꽤 우스꽝스럽다. 외환위기 직후 중산층에서 하류층으로 전락한 개미군단들은 퇴직금을 털어 주식을 샀다. 생존을 위한 제테크이기도 했지만 한국경제를 확신한다는 말을 믿고 경제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기대로 주식을 샀고 뮤추얼펀드를 샀다. 그런데 그 순진한 돈이 5대그룹의 주머니만 불려주고 구조조정을 가로막은 꼴이 됐다. 완전한 패러독스다. ◇30대그룹 출자총액 현황=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30대기업집단의 출자총액은 지난 한해동안 무려 68.9%가 급증했다. 지난 4월말 현재 30대 기업집단의 출자총액은 29조9,000억원. 지난해 4월의 17조7,000억원에 비해 12조2,000억원이 늘어났다. 특히 현대, 대우, 삼성, LG, SK등 5대그룹의 출자총액이 같은 기간동안 11조5,000억원이 늘어 30대그룹 전체 출자증가액의 94%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동안 이들 5대그룹을 제외한 6∼30대그룹은 출자총액을 7,000억원늘리는 데 만족했다. 공정위는 30대그룹의 출자총액이 이처럼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매년 10조원대를 유지해왔다는 분석이다. 공정위는 대기업들의 출자총액이 급증한 이유가 유상증자에 활발하게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30대기업집단이 유상증자에 참여함으로써 늘어난 출자금액이 전체 출자증가의 71.8%에 달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5대그룹의 출자총액이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난 원인도 역시 이들 그룹이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증자물량의 대부분을 계열사가 인수한 데서 찾을 수 있다고 공정위는 말했다. ◇출자총액 증가는 기업과 정부의 합작품= 30대그룹, 특히 5대그룹이 계열사간 유상증자를 통해 출자총액을 늘리고 이를 통해 외형상 재무구조를 개선시킬 수 있었던 것은 주식시장의 활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해이후 대기업들은 주가상승을 등에 없고 경쟁적으로 유상증자에 나서고 있으며 뭉칫돈이 들어오는 계열금융기관의 간접투자상품을 통해 주가를 관리하기도 했다. 쌈지돈을 들고 증권사와 투신사를 찾은 서민들은 재벌들의 외형불리기 수단으로 철저하게 이용당한 꼴이 됐다. 5대그룹의 출자총액이 특히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은 경제력집중이 심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초부터 예견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대기업들에게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을 내년 3월말까지 완전히 해소하라고 지시했다. 대신 순자산의 25%까지로 되어 있던 출자총액제한을 풀어줬다. 상호출자를 통한 대규모 유상증자로 몸집을 불릴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격이다. ◇거품뿐인 재무구조 개선= 공정위 발표내용대로 5대그룹은 출자총액의 대부분을 계열사끼리 밀어주기식으로 늘려놔 실질적인 재무구조 개선노력을 등한시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늘어난 출자총액 11조5,000억원중 계열회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함으로써 늘어난 출자규모가 7조9,000억원(68.7%)에 달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재벌들에게 상호출자는 1석2조 효과를 갖는다. 분모인 자본금이 늘어남으로써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효과를 노릴 수 있고 내부지분율을 높여 경영권을 단단하게 다지는 덕도 볼 수 있다. 30대 그룹의 내부지분율은 지난해 4월 44.5%에서 올해 4월 50.5%로 6.0%포인트가 높아졌다. 특히 5대그룹의 내부지분율이 같은 기간동안 46.6%에서 53.5%로 6.9%포인트가 높아졌다. 6∼30대기업집단의 내부지분율은 41.3%에서 42.5%로 2.2%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국가 전체적으로는 전혀 이롭지 못하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실질적인 재무구조개선과 구조조정을 가로막을 뿐이다. 김상조(金尙祚)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은 『자산재평가와 계열사간 상호출자로 인한 유상증자로 이뤄진 재무구조 개선은 부실기업의 수명만을 연장시킬 뿐 국가경쟁력 강화에 해만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외환위기이후 거꾸로 거대한 아성을 굳혀가고 있는 5대그룹이 자산매각, 외자유치등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역류하고 있는 구조조정의 물결을 제대로 돌려놔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동석 기자 EVEREST@SED.CO.KR

관련기사



박동석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