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금융시장 패닉]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속화

일본 당국 적극 개입없인 1弗=90엔 전망도<br>일본은행 4,000억엔 유동성 공급불구 "역부족"<br>엔화대출 국내기업 환차손·상환부담 눈덩이<br>8개월새 300원 급등 원·엔도 추가상승 불가피


일본 엔화가치가 달러화에 대해 하루에 1달러당 3엔 이상 폭등한 것은 일본의 저금리를 활용해 미국 시장에 투자된 자금이 대거 일본으로 되돌아가는 캐리트레이드(carry-trade) 청산이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외환딜러들은 일본 외환당국이 개입하지 않을 경우 엔화가치는 1달러당 90엔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라 엔화 자금을 빌려 쓴 국내 기업들은 상환자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됐다. 뉴욕 금융시장이 투자은행 베어스턴스 위기로 극심한 혼란에 빠지면서 달러화에 투자된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엔화 자산으로 급히 빠져나온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일요일인 16일 밤 전격적으로 재할인율을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달러 자산에서 빠져나오려는 엔캐리트레이드 청산 흐름을 막지 못했다. ◇일본 중앙은행(BOJ) 개입도 역부족=엔화 초강세를 초래한 캐리트레이드 청산은 그간 금리차를 이용해 선진국은 물론 이머징마켓 등 해외로 빠져 있던 일본계 자금이 급격히 일본으로 복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BOJ의 기준금리는 0.5%로 FRB가 18일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경우 양국간 금리차가 축소돼 달러 자산에 대한 투자매력은 더욱 감소하게 된다. 17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가 1달러당 95엔대까지 급등하자 BOJ가 유동성을 공급하며 시장에 개입해 엔화 급등을 다소 진정시켰다. 하지만 근본적인 시장불안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BOJ가 금융시장에 4,000억엔(3조8,000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BOJ는 은행간 오버나잇 콜금리가 0.53% 올라 기준금리인 0.5%를 소폭 상회함에 따라 유동성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시장 관계자들은 달러 붕괴가 가속화되면 일본 외환 당국이 시장 불개입의 원칙을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외환시장의 딜러들은 “엔캐리트레이드 청산물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고 앞으로 나올 재료도 달러 하락을 유발할 재료들이 많은 만큼 중앙은행의 공조 개입이라는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달러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일본에서는 최근의 급격한 엔고로 그동안 경기회복을 주도해온 수출기업들의 실적을 악화시키는 등 일본 경제 전반에 대한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재무상은 이날 “최근 환율 동향이 과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내 엔화대출 기업도 상환부담 눈덩이=엔캐리 자금의 청산이 가속화됨에 따라 엔화대출을 받은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들의 환차손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원리금 상환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국내에 유입된 엔캐리 자금이 60억달러가량에 불과한 만큼 직접적인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진단한다. 따라서 이들은 국내 엔캐리 자금의 청산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하거나 제한적이라고 주장한다. 박동영 우리은행 자금부장은 “엔캐리 자금이 청산될 경우 국내 주식과 부동산시장에는 분명히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하지만 국내에 유입된 엔캐리 자금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청산에 따른 영향과 파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엔캐리 청산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엔화에 대한 원화가치의 추가 하락은 불가피한 것으로 지적된다. 특히 달러화에 비해 고평가된 원화가치가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엔캐리트레이드 청산으로 달러약세가 가속화되면서 원ㆍ엔 환율도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엔캐리 청산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달러약세에 따른 엔캐리 청산이 글로벌 현상으로 굳어지고 있어 원ㆍ엔 환율의 추가 상승을 피할 수 없다”며 “은행으로부터 엔화대출을 받은 중소기업들이 막대한 환차손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7월까지만 하더라도 100엔당 750원 아래까지 떨어졌던 원ㆍ엔 환율이 8개월 만에 300원가량 급등한데다 원화대출 전환에 따른 금리부담도 가중되고 있어 중소기업들은 환차손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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