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관광 경찰


△동ㆍ서양 문명의 대 충돌인 십자군 전쟁의 승리자는 이슬람도, 기독교도 아니다. 바로 도시국가인 베네치아다. 지중해 제해권을 장악한 베네치아는 십자군 군수물자 납품으로 막대한 이문을 챙겼다. 십자군 수송과 병참 일체를 도맡은 13세기 초 4차 원정에서는 200척에 이르는 선박과 3만명 분량의 식량, 공성기와 말먹이까지 팔아 떼돈을 벌었다.


△부를 축적하는 데 동물적 감각을 지닌 베네치아인들은 예루살렘 성지순례를 영리사업으로 발전시켰다. 관광진흥을 위해 고안한 게 일종의 관광경찰인 '트리마리오'. 외국어에 능통한 공무원인 이들은 2인 1조로 도시 곳곳을 순찰하면서 순례자에게 숙박과 성지순례 배편 안내 같은 각종 편의를 제공했다. 시오노 나나미의 '바다의 도시 이야기'에 따르면 호텔을 잡아준 이튿날 트리마리오가 이방인을 찾아가 순례기간 중 필요한 물품 구매를 돕겠다며 쇼핑을 독려했다고 한다. 작가 특유의 상상력이 가미됐겠지만 중세 암흑기에 서비스 정신에 눈을 뜬 베네치아인의 혜안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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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객 1,000만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에도 관광경찰이 등장했다. 16일 광화문에서 성대한 출범식을 갖고 관광입국의 첨병이 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이날 선보인 제복도 제법 깔끔해 보인다. 아닌 게 아니라 가수 싸이의 록펠러 공연의상을 디자인한 김서룡씨가 제작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리스와 태국, 브라질 같은 관광 대국에선 진작부터 도입한 데 비하면 때늦은 감이 있다. 태국이 세계적 관광지로 각광을 받게 된 데는 수많은 유적지와 독특한 음식문화 덕분이 크지만 1982년 도입된 관광경찰의 눈부신 활동도 힘을 보탰다.

△열 포졸 한 도둑 잡지 못한다 했다. 관광 종사자들의 몸에 배인 친절과 투철한 서비스 정신이 없으면 관광입국은 공염불이다. 우리는 그러지 않겠지만 1년 전 그리스 관광경찰은 한국 관광객을 폭행해 나라 망신을 시킨 적도 있다. 아무리 좋은 구경을 하고 한류를 만끽하더라도 바가지 요금을 뒤집어쓰거나 공권력에 피해를 입는다면 다시는 한국을 찾지 않을 터. 외국어 능통은 기본이고 서비스 정신과 외모까지 신경을 써 선발했다니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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