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미술관 리움의 냉각기가 적어도 2년간은 이어져 국내 미술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근 미술계에 따르면 리움은 향후 2년에서 길게는 3년까지 특별 전시를 기획하지 않은 채 상설전 만으로 미술관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리움은 삼성 특검 수사가 본격화 되면서 홍라희 관장이 지난 4월22일 사퇴했고 올해 준비했던 주요 기획전을 연이어 취소했다. 한시적인 ‘숨고르기’로 여겨진 리움의 냉각기는 그러나 특검수사가 마무리되는 오는 11월을 지나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예정 기획 전시 줄줄이 취소=당초 2월 28일부터 열릴 예정이었던 리움의 간판 행사 격인 격년제 신인작가 기획전 ‘아트스펙트럼’이 6월5일로 한차례 연기된 뒤 아예 취소됐다. 매주 목요일에 오후 9시까지 연장 개방하던 것도 이번 달부터 중단됐다. 특히 아트스펙트럼의 경우는 전시에 선정된 것 만으로도 미술계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권위 있는 젊은 작가 등용문이다. 전시 취소 통보를 받은 한 젊은 작가는 “다른 전시 제안이 들어 왔었는데 ‘아트스펙트럼’을 위해 고사했다가 뒤늦게 소식을 듣고 다른 전시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며 아쉬운 목소리를 냈다. 리움이 타진 중이던 데미안 허스트의 개인전 또한 요원해졌다. 생존 화가 중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데미안 허스트의 개인전은 업계의 큰 기대를 모으고 있었던 전시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삼성 미술관이 운영하는 로댕갤러리에서 지난달말 열릴 예정이었던 남미사운드아트전도 무기한 연기로 알려졌지만 사실상 취소된 상태다. ◇문화적 기여 공백기 오나=리움은 현재 공석인 관장직이 주인을 되찾을 때까지는 추진력을 회복하기 힘들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외부 인사를 관장으로 위촉할 것이라고 내다보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으며 당분간 ‘관장 공석’이 계속될 전망이다. 리움의 냉각기는 국내 문화계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문화적 공유를 표방하며 개관한 리움은 사립미술관임에도 국공립 미술관 이상의 역할을 담당해 왔기 때문. 매튜 바니, 마크 로스코, 앤디 워홀에 이르기까지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거장의 개인전이 2005년부터 매년 특별기획 형식으로 열어 일반 대중에게 근현대 미술품 감상의 기회를 제공했다. 한 미술 전문가는 “최근 열린 ‘여백의 미’ 등 리움 전시들은 여느 국공립 미술관보다 뛰어난 전시였던 만큼 대중적 문화향유의 기회가 줄어들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술품 소장에 대한 인식이 왜곡된 점이 안타깝지만 리움의 문화적 사회 기여는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움은 지난해 3월 예약제를 없애고 미술관 완전개방을 시행하며 공익추구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진행하려 했으나, 실시 1년 만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예약제 폐지 처음 열린 ‘앤디워홀 팩토리’전은 3개월만에 10만명의 관람객이 보고 갔을 정도로 대중적 관심을 끌었다. 한편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리움 측은 “연기된 전시는 분위기만 잡히면 다시 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기획전을 개최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다”며 공개적 언급은 회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