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일제피해 개인청구권' 과연 소멸됐나?

1일 3.1절 기념사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언급한 일제 과거사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배상은 가능할까. 이에 대해서는 서로 엇갈린 주장들이 상존한다. 우선 한일협정 자체가 국가간 조약이기 때문에 개인청구권은 법적으로 소멸됐다는 주장이 그 한 축이다. 당시 우리 정부가 민간청구권을 일괄해서 일본측으로부터 자금을 받았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1965년 체결된 `청구권 협정'에 따라 일본으로부터 무상 3억달러,유상 2억달러, 상업차관 3억달러 등 모두 8억달러를 건네 받았었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청구권 협정을 통해 강제 징용.징병 피해 한국인에 대한 개인 보상 문제를 해결했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창우 변호사는 2일 "국민 입장에서는 정부가 잘못했다고 볼 수 있지만 국가문제로 볼 때는 민간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하 변호사는 따라서 "우리 정부가 잘못했지 않느냐 하는 것을 내부적으로 문제삼을 수는 있지만 일본 정부에 돈을 더 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관계자도 "국가대 국가로서는 (배상문제는) 원칙적으로 끝난 문제"라며"외교적 협상 등 다른 형태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개인 청구가 가능하다는 쪽의 생각은 다르다. 먼저 양국간 협정이라 하더라도 개인의 권리와 인권문제를 국가가 처분할 수 없다는 것이 현재 국제법적인 관점이라는 주장이다. 게다가 한일회담 당시 일본 정부는 일제 피해 한국인들에 대한 청구권 해결 입장보다는 경제협력을 위한 자금 제공이라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왔다는 것이다. 장완익 변호사는 "양 정부가 (청구권문제가) 해결했다고는 하지만 이미 회담 문서 일부 공개에서 드러나듯 미약했고, 일본정부는 청구권이 아닌 경제협력을 주장한데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이 한일협정으로 청구권 문제가 해결됐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일본의 법적 책임은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변호사는 "사할린 동포나 군위안부, 원폭피해자에 대한 언급도 전혀 없었던점에서도 민간청구권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하 변호사도 "관련 피해자들이 논의되지 않은 부분이 많은 것은사실이며 이에 대한 청구권 문제는 존재한다"면서도 "현재 피해자들이 개별청구를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와 법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한일 양국간 `청구권 소멸'에 대한 명확한 합의를 했다면 일본 정부가 법적으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여지는 많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장 변호사는 우리 정부가 협정과정에서 해결된 게 무엇이고 잘못된 게 무엇인지 국민앞에 솔직히 밝히는 등 정부의 책임을 다한 연후에 일본 정부와 기업이 따라오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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