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훈목IBRD국장 상의간담] "재벌빅딜 후속조치 필요"

그는 한국 정부와 협상을 해왔기 때문에 한국 경제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다음은 그의 강연 요지.◇재벌 문제= 한국의 재벌 문제는 5대 재벌의 문제가 아니라, 2대 재벌의 문제로 함축되고 있다. 삼성과 LG·SK는 그럭저럭 재무구조 약정을 충족할 것으로 믿고 있다. 대우와 현대가 문제다. 대우 문제는 이미 불거졌다. 현대그룹에 대해선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지만, 연말까지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이행할 것인지를 주시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회사채를 많이 발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대가 대우의 회사채를 많이 보유하지 않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낙관적인 관점에서 현대 그룹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를 기대한다. 기업 구조조정의 근본은 재무구조 개선이다. 재무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신규 유동성이 들어오기 어렵다. ◇대우 사태= 한국이 한보와 기아의 전철을 밟지 말아주길 주문한다. 미봉책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선 안된다. 부채가 60조원이 넘는 회사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써야 한다. 요행을 기다리며 시간을 끌다간 시장참여자들이 「결정적인 행동」을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오는 11월 8일까지 대우그룹에 대한 5개 시중은행의 실사 결과가 나오면 대우 부채의 규모의 부실 여부가 결론지어질 것이다. 가장 어려운 점은 상호지급보증이 설정된 부채에 대해 어느 계열사의 부채로 정하느냐 하는 것이다. 대우 부채가 예상보다 많게 나올 경우 18개 시중은행보다 투신사들이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20조원의 공적자금(채권안정기금) 확대 여부에 대해 아직 그 가능성을 언급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구조조정 성공여부= 한국 경제는 다행히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회복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외환보유고·이자율등 단기지표는 호전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구조조정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 있다. 구조조정을 연기하자거나, 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점이 걱정된다. 5대 재벌과의 합의사항이 이행되지 않은 부분도 아직 많지 않은가. 대우와 현대는 아직 부채 비율이 높고, 단기자금에 편중돼 있다. 세계은행은 이를 우려하고 있다. 빅딜(사업교환)은 은행에 더 많은 부담을 안겨주고 있고, 비경쟁요소를 확대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후속조치가 필요하다. 기업에 대한 워크아웃에서 사업구조를 변화시키는 문제는 조금도 손을 대지 못했다. 국제금융시장이 악화될 경우 대두될 문제이므로 대비해야 한다. ◇중소기업 구조조정= 이제는 중소기업에 재원을 투자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때다. 세계은행에서는 20여명의 요원들이 이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데, 연말께 한국정부에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현재 작성중인 내용을 일부 공개하겠다. 첫째, 한국 중소기업의 영세성은 중복투자에 있고, 새로운 분야에 접근하려고 해도 투자재원이 없다. 대기업은 국가발전정책에 맞춰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금융기관에 접근하기 어렵고, 자본이 있더라도 경영능력이 없다. 둘째, 한국의 법률이 중소기업에 대해 세제등 특혜를 주고 있는데, 형평성을 잃고 있다. 재벌기업의 계열사들이 상당수 중소기업 영역임에도 불구, 특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세째, 금융시장과 경제정책·문화 등의 이유로 능력있는 사람은 물론 모든 재원이 대기업에 몰리는 것이 문제다. 한국 중소기업의 역사가 짧으므로 가문(패밀리)과 전통의 뿌리가 약하다. ◇투명성= 한국 공인회계사의 재무재표는 국제시장에서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사거나, 기업을 인수하려고 할때 외국인에게 회계를 맡기고 있다. 회계를 국제시장 기준에 맞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투명성에 의심을 받고, 한국 경제를 글로벌 경제와 접목시키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된다. 뉴욕=김인영특파원INKIM@SED.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