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 장기간 방치땐 부도도미노 우려/“실질지원 위해 일선직원 면책확대” 주장도기아그룹 부도유예협약 적용에 따른 중소협력업체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중소업계는 관련 중소협력업체에 대한 지원이 방치되거나 상당기간 연장될 경우 해당기업들의 도산은 물론, 그 피해가 전중소기업으로까지 급속 확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재 기아그룹 산하 18개 계열기업의 중소협력업체는 1차 협력업체 3천4백70개를 비롯, 2차 협력업체 6천1백89개, 3차 협력업체 8천개 등 모두 1만7천6백59개에 달하고 있다. 이는 전체 중소제조업 사업체수 9만5천2백85개(95년 현재)의 18.5%에 해당하는 규모며, 그만큼 기아파동이 주는 산업계의 피해 범위가 넓다는 얘기다.
사실상 부도나 다름없는 기아그룹의 부도유예협약 적용으로 인해 중소협력업체들은 외상매출금의 현금화가 불가능함은 물론, 어음할인마저 중단상태에 있다.
또한 만기가 도래한 기할인어음은 거래은행을 통해 환매를 요구받고 있으며, 환매가 어려운 업체들은 연체이자율을 적용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일련의 상황들은 곧바로 자기발행어음에 대한 지급여력의 저하로 연계돼 연쇄도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금융기관들은 정부의 각종 대책발표에도 불구하고 추가 자금지원보다는 융통어음의 교환 회부 등 채권회수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정부가 중소협력업체의 연쇄부도 방지를 위해 특례보증규모를 5천억원에서 1조원으로 늘렸음에도 일선 신용보증기관은 오히려 기아 협력업체라는 이유로 신용보증 지원을 기피하고 있다.
중소업계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신용공황에 의한 실물경제의 혼란까지 도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기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의 협력업체들중 상당수가 현대자동차, 대우자동차등과 중복 거래하고 있어 자칫 국내 전자동차산업의 생산활동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소업계는 기아파동의 1차적 출구는 피해업체들에 대한 지원대책 추진일정의 조기 발표에 있다고 보고 있다. 사후 약방문격이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지원대책의 실질적 시행 역시 기아 해법의 핵심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아무리 그럴듯한 대책을 내놓아도 금융기관 및 행정기관 일선에서 시행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중소업계는 정부의 지원대책이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일선 창구직원에 대한 면책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연쇄도산 방지의 관건은 원활한 자금조달에 있는 만큼 기아그룹및 협력업체 발행어음에 대한 조속한 할인 재개와 기할인어음의 환매 조치 엄격규제도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소업계는 이와함께 구속성예금에 대해서는 금리상 불이익이 없이 약정이자율을 적용해 예·대상계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국세·지방세·공과금 등의 납기 연장도 조속히 실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정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