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배터리, 더 강하게…더 가볍게…

새로운 휴대전화기를 대할 때 첫 질문 가운데 하나가 "그거 얼마나 가볍냐"는 것이다.그리고는 손에 들고 위아래로 흔들면서 무게를 가늠하곤 한다. 노트북도 이동성이 강조되면서 경량화 길을 걷고 있다. 이동전화, 개인휴대단말기(PDA) 같은 모바일 기기는 가벼울 때 모바일답다. 가벼워져야 할 것 중 첫손가락에 꼽히는 것이 배터리(엄밀하게 말해 재충전해 사용하는 2차 전지)다. 그러나 지금도 가벼운 축에 속하는 배터리가 더욱 가벼워지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안전해야 하고 출력이 좋고 오랫동안 쓰는 등 요구조건이 많기 때문이다. 배터리는 첨단기술이 한데 모여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게 됐다. 지금도 세계 각국은 배터리 성능을 높이고 가볍게 만들기 위해 소리 없는 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첨단기술의 결정체-리튬폴리머 배터리는 외형이 무척 간단하다. 휴대전화기에 쓰는 것은 네모형이다. 그래서 각형(角形) 배터리라고 불린다. 노트북에 쓰는 것은 둥글둥글하고 길쭉하다. 원통형이다.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리튬이온 배터리. 리튬이온 외에도 리튬폴리머 같은 리튬계 전지가 있다. 지금까지는 납전지를 시작으로 니카드(니켈카드뮴)ㆍ니켈수소 등을 많이 썼다. 리튬계 전지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 60년대 말. 음극으로 리튬을 양극으로 리튬이산화코발트, 액체 전해질을 사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 배터리는 폭발(☞ 미니해설)하는 일이 잦았다. 폭발 현상을 크게 줄인 것이 리튬이나 탄소를 전극으로 사용하는 리튬계 배터리다. 리튬이온은 지난 90년대 초, 리튬폴리머는 최근부터 양산되기 시작했다. 리튬이온은 훨씬 안정적이지만 100% 완벽하다고는 볼 수 없다. 현재 리튬폴리머는 가장 발전된 형태의 배터리다. 고분자(Polymer) 안에 용액을 주입한 것으로 모양을 종이처럼 얇게 만들거나 모양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고 리튬이온에 비해 안정성이 훨씬 높다. 메모리 효과도 거의 없다. 하지만 용량이 다소 떨어지는 게 흠. 전세계는 용량이 크면서도 매우 안전한 배터리 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연구의 핵심은 성능 좋은 전극물질과 전해질을 개발하는 것. 리튬계 전지가 처음 나온 지 20년이 지나고서야 리튬이온 배터리가 나온 것처럼 새로운 물질 개발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화합물을 일일이 합성하고 수도 없이 실험을 거쳐야 한다. 국내에서는 과학기술연구원(KIST) 연료전지연구센터와 전자통신연구원 전지팀, 화학연구원이 금속신소재와 고분자 등 새로운 물질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양산하고 있는 삼성SDI, LG화학 등도 리튬설퍼 등 기술개발에 적극적이다. ◇배터리의 꿈, 연료전지 리튬폴리머 배터리는 전기를 먹고 산다. 잉크를 넣으면 언제까지나 쓸 수 있는 만년필 같은 전지가 개발되고 있다. 연료전지다. 연료전지의 꿈은 야무지다. 모바일 기기에서 자동차, 심지어 화력발전소 자리까지 탐내고 있다. 연료전지는 방전시간이 길고 출력도 높은 것이 가장 큰 매력. 때문에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되고 있다. 연료는 메탄올ㆍ수소ㆍ천연가스 등으로 다양하다. 휴대용으로는 메탄올을 연료로 쓰는 연구가 상당한 수준까지 발전했다. 메탄올을 공기에 태워 전기를 발생시키는 것. 다 쓰면 메탄올만 갈아주면 된다. 자동차용으로는 고분자, 화력발전소 대체용 연료로는 용융탄산염과 고체산화물이 개발되고 있다. 현재 연료전지의 기술수준은 제곱 센티미터(㎠)당 100밀리와트의 전기를 발생시키는 정도. 아직 리튬폴리머 등 2차 전지에 비해서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때문에 이들 2차전지를 보완하는 수준. 리튬폴리머와 연료전지를 함께 쓰는 혼합형(하이브리드ㆍHybrid)이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연료전지 발전속도는 상당히 빠르다. 과학자들은 짧게는 2~3년, 길게는 10년 후 연료전지는 배터리 세계의 주인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에너지기술연구원, KIST는 물론 벤처기업 들은 연료와 공기의 반응면적을 넓힌 전극을 개발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KIST의 남석우 박사는 "휴대용과 자동차용 연료전지 기술은 상당한 수준까지 발전했다"며 "3~5년이면 양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해설> ◇배터리 폭발 전지는 전기를 담을 때 내부에 가스가 생긴다. 온도도 올라간다. 과다하게 충전하면 가스가 점점 많아지고 '배불뚝이 개구리'처럼 결국은 터져 버린다. 특히 배터리 속의 전해질은 휘발유보다 불이 잘 붙는다. 3가지가 맞아 떨어지면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폭발을 막기 위해 배터리에는 2중 3중의 보호장치가 갖춰져 있다. 배터리 내에는 과도한 충전을 방지하는 보호회로가 있다. 충전기에도 마찬가지다. 노트북 등에도 배터리 열을 감지, 과부하를 막아주는 기능이 있다. ◇메모리 효과 배터리 안에는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원래상태로 돌아가지 못하는 물질(고용체)이 만들어진다. 이 물질은 재충전 회수가 많을수록 늘어난다. 충전 회수를 기억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메모리효과라고 부른다. 니카드 배터리의 경우 메모리 효과가 컸다. 때문에 완전 방전한 뒤 다시 충전해야 배터리를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반면 리튬계 배터리는 메모리 효과가 거의 없다. 때문에 더 이상 '완방-완충'은 권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리튬계 배터리라도 메모리효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너무 자주 충전하면 아무래도 배터리 수명이 짧아진다. 물론 수 천번 이상 충전해야 느낄 수 있지만. 문병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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