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대가와 서비스의 상관관계

윤태순 <자산운용협회장>

10여년 전만해도 병원에 가면 ‘2시간 대기, 30초 진료’라는 말이 있었다. 짧은 시간에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병원수지를 맞출 수 있던 그 시절에 환자들이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차라리 돈을 더 내고 라도 제대로 진료받는 게 낫겠다’는 불만까지 터져나왔다. 그후 의료보험수가가 현실화되고 의료환경이 변화하면서 그 같은 문제점은 많이 개선된 것 같다. 저금리로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펀드 수탁고는 지난 한해 동안 40조원 가량 늘어 190조원에 이르고 있다. 대표적인 장기투자 상품인 적립식 펀드가 지난 한해 동안에만 100만계좌 이상 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자산운용사들이 투자자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즉 유능한 펀드매니저와 리스크 관리 인력 등 인적자원에 대한 재투자와 투자자에 대한 사후관리시스템 구축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현재 자산운용사들이 투자를 고려하기에는 매우 힘든 상황이다. 펀드 수탁고가 크게 늘어도 펀드를 운용해주고 받는 보수율이 계속 하락하다 보니 영업실적이 더 악화된 탓이다. 특히 보수율이 낮은 MMF와 채권형 펀드가 펀드 수탁고의 90% 이상이다 보니 운용보수 감소 문제는 몇몇 회사의 존립을 위협할 정도이다. 또 전체 펀드보수 중에서도 운용사 몫은 판매사보수의 절반정도에 불과하다. 펀드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채권형과 MMF의 운용사보수가 우리나라의 2배 이상 된다. 또 펀드보수 중에서 판매보수보다 운용보수가 더 높아 운용사들은 최선을 다해 운용하고 투자자들이 펀드를 유지하면 이는 다시 안정적 운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돼 있다. 오늘날 미국에서 두 집당 한 집이 노후설계 수단으로 펀드에 가입하고 미국 자산운용업계가 전세계 펀드시장을 주도하게 된 것이 안정적 경영환경에서 양질의 서비스 제공에 주력할 수 있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모처럼 간접투자 문화가 정착되는 시기에 우리 자산운용업계도 보수경쟁보다는 리스크 관리와 수익률 제고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또 자신의 소중한 자산을 맡긴 투자자들도 적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기대하는 투자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이같이 성숙한 투자문화가 자본시장의 발전과 우리 국민의 금융자산을 살찌우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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