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매각발표후 인출사태로 허덕/동서증권 최종부도 배경·파장

◎투자금 정부보장 불신 팽배/일부기관 결제대금 확보 비상/부익부 빈익빈 현상 뚜렷해질듯고려증권의 부도에 이어 증권업계 서열 4위인 동서증권이 12일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영업중지를 증권관리위원회에 신고한 것은 증시 장기 침체로 멍든 증권사들의 현 상황을 대변해주고 있다. 이에따라 증권업계도 모기업이 든든한 재벌계열 증권사와 그렇지 못한 증권사간에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업계 지각변동과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증권업계에 미칠 파장을 알아본다. ◇동서증권, 왜 법정관리 신청했나=동서증권의 법정관리신청은 종금사의 영업정지 여파로 부도가 난 고려증권과는 달리 고객들이 대규모로 예탁금을 인출하기 시작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고려증권 부도 이후 증권업계가 단기차입금을 상환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총체적인 자금난을 겪고 있는 와중에서 동서증권은 몇몇 증권사와 함께 부도가능성이 계속 거론돼왔던 것이 사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 10일 극동건설그룹에서 동서증권을 포함한 계열사의 매각 등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동서증권의 예탁금인출 사태에 불을 붙이는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이에따라 지난 11일에는 동서증권의 전지점에 예탁금을 인출해가려는 고객들이 몰려 이날 하루에만 예탁금인출 요구가 5백억원가량에 달했으나 직원들의 눈물겨운 설득작업으로 실제로는 2백50억원의 예탁금을 고객들이 찾아갔다. 결국 지난 8일 증권금융으로부터 긴급자금을 수혈받는 등 하루하루 결제대금을 메우는데 허덕였던 동서증권은 11일 하오 11시께 2백31억원의 자금을 겨우 결제한 뒤 법정관리신청과 스스로 영업중지를 신고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증권사 부도도미노 시작인가=증권업계에서는 고려증권의 부도와 동서증권의 영업중지로 고객들의 예탁금인출 사태가 더욱 확산돼 부도 도미노현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부나 증권감독원에서는 증권사가 부도를 내더라도 고객의 예탁금과 유가증권은 차질없이 보상해준다고 강조했지만 최근의 금융공황에 따른 불안심리와 정부에 대한 불신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어서 전혀 먹혀들어가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일 현재 국내 증권사의 단기차입금(만기 1년 미만) 규모는 10조5천억여원에 달해 단기차입금 규모가 큰 몇몇 증권사는 결제대금을 확보하기 위해 매일 피말리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최근 증관위에서 증권사의 후순위차입 한도를 자기자본의 50%에서 3백%로 대폭 확대했지만 보험권 등 다른 금융기관이나 계열사들이 후순위차입을 해줄 여력이 충분하지 못해 실효를 거두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금융기관에 11조3천억원의 자금을 한국은행을 통해 지원키로 함에 따라 증권사에 2조원이 대출되지만 증권사의 자금위기를 해소하기에는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증권업계는 강한 자만 살아남는 생존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으며 좋든 싫든 증권사들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정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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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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