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무리된 교육ㆍ법무ㆍ노동 등 사회 관련 각 부처들의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 가운데 일부는 해당 부처 본연의 업무범위를 벗어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1일 드러났다.
각 부처가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 정책에 동조하다 보니 가장 필요한 예산확보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없는 것은 물론 제도시행 효과가 당초 기대보다 과대 포장된 것도 많았다. 특히 일부 정책들의 경우 본질적인 문제해결이 아니라 오는 9일로 예정된 총선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만큼 비현실적이고 근시안적인 것도 적지 않았다.
노동부가 오는 2012년까지 청년 해외취업 5만명, 해외 인턴 3만명 등 ‘글로벌 청년 리더’ 10만명을 양성하겠다고 밝힌 게 대표적 ‘생색내기’ 보고로 지적됐다. 이 아이디어는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글로벌 청년 리더 10만명 양성 프로젝트’를 그대로 옮겨온 것. 문제는 노동부의 계획대로라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1만2,500명의 청년들을 해외에 취업시켜야 하지만 현재 해외취업 주관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을 통해 해외에 취업한 29세 이하 청년층은 연간 1,000명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청년 해외취업자 수를 현재보다 10배 이상 늘려야 하는데 재원조달방안조차 제시하지 않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국토해양부의 출퇴근시간대 고속도로 통행료 인하도 마찬가지다. 이미 도로공사가 20% 할인제를 시행하고 있는데다 이번 50% 할인은 오전5~7시, 오후8~10시에만 적용돼 분당~서울의 경우 50%를 할인해도 하루 통행료 절감액이 540원, 월 1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김시곤 서울산업대 교수는 “선진국처럼 출퇴근시간대 통행료를 인상해 통행량을 줄이고 출퇴근 이외 시간의 통행료를 할인해 교통량을 시간대별로 분산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내년부터 영어를 영어로 가르칠 영어전용교사를 선발한다는 등의 영어공교육 강화책을 내놓았지만 재정확보방안은 다소 궁색하다. 즉 지방교육재정을 10% 절감해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이미 각 지방교육청 등의 반발이 일어 이 방안이 제대로 추진될지는 의문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록금 대책과 관련, 취업할 때까지 상환을 유예해주는 ‘미래소득 연계 학자금대출’ 제도 도입 역시 막대한 재원이 요구되나 학자금대출채권(SLBS) 유동화라는 큰 그림만 그렸을 뿐 세부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가 도입하기로 한 ▦포이즌 필 ▦차등의결권 ▦황금주 등 기업 경영권 방어수단도 잘못하면 오히려 외자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들 제도는 필요성과 공감대도 많이 나타나고 있지만 한꺼번에 도입, 시행될 경우 외국자본 유치에 오히려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따라서 제도도입 과정에서 관계 전문가 등의 충분한 검토와 분석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