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언론 끌어안기 행보를 가속화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 4일 KBS, MBC, SBS,YTN,CBS등 방송사 보도국장들과 연합뉴스 편집국장을 청와대 관저로 초대해 2시간 45분 동안 만찬을 가진 데 이어 5일에도 조선,중앙, 동아, 한국, 세계일보 등 중앙일간지 편집국장들을 초청해 만찬을 겸한 간담회를 가졌다. 이 같은 언론사 소그룹별 만찬은 이 달 중순이후까지 일주일에 두 번씩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언론과의 화해 제의 = 취임이후 줄곧 언론과의 긴장관계를 강조해 온 노 대통령이 갑자기 자세를 바꿔 언론에 대한 화해의 제스처를 보이고 있는 것은 재신임- 대선자금 카드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굳혀지고 있는 정국 주도권을 한층 강화하려는 포석이란 관측이 많다. 노 대통령은 지난 4일 만찬에서 “그동안 언론과의 불편한 관계로 국민께 다소 불안을 드린 점이 있다”며 “앞으로 정부와 언론이 서로 협력해서 국민에게 희망과 비전을 주도록 노력하자”고 말해 언론과의 스킨십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에 앞서 오전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청와대 수석, 보좌관들에게 “언론보도를 모니터링하고, 이를 보고하고 대응하는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당부를 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최근 언론을 대하는 태도는 이전과는 정반대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기자회견에서 코드인사에 대한 질문을 받고 “코드인사가 뭘 말하는지 모르겠다. 자기들 맘에 안 든다고, 또 일부 신문과 야당 맘에 안 든다고 코드인사냐”며 언론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었다.
◇국정 리더십 강화 = 청와대는 그러나 노 대통령의 언론관계는 변화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병완 청와대 홍보수석은 “언론과의 합리적이고 건강한 긴장관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수석은 앞으로 언론관계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가져온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반응은 다르다. 정치권은 노 대통령의 언론과의 연쇄회동이 최근 열린 우리당과의 관계 개선, 김대중 대통령을 매개로 한 호남 정서 달래기 행보와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가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언론과의 관계 개선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정국의 주도권을 더욱 강화해 지지기반을 확대하려는 고도의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내년 총선에서 안정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패키지형 국정리더십강화의 한 축이라는 지적이다.
<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