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비정규직법 개정을" 여론 확산

근로자 대량해고 사태 등 부작용 현실화<br>당초 비정규직 보호 法취지 설득력 잃어<br>"정치권 현실적 해결책 마련 지혜 모아야"

이달부터 시행된 비정규직 보호법과 관련, 이 법이 제정된 당시부터 예견됐던 부작용들이 속속 현실화되면서 이 법안에 대한 개정여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회사 측의 비정규직 근로자 계약 해지와 용역 전환에 노조가 매장점거로 맞서 극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이랜드 사태를 비롯해 각급 학교, 구청, 호텔 등에서 상당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거리로 내몰리면서 이 법의 ‘비정규직 보호’ 취지가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비정규직 보호법의 문제점은 인정하면서도 법 시행 후 1년 정도는 모니터링을 해야 법 개정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최근 “비정규직 사용기한 2년은 너무 짧으며 도급도 차별해소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법을 1년 정도 시행한 후 문제가 있으면 고치겠다”고 밝혔다. 또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법이 시행된 지 불과 열흘밖에 안됐고 실질적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2년 후의 일인데 벌써부터 법 개정을 논의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계와 경영계에서는 고용시장의 불안과 갈등 확산을 막기 위해 당장 법 개정 또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비정규직 고용안정ㆍ차별금지 동시 요구는 무리=비정규직 보호법의 핵심은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 고용안정을 꾀하고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차별을 금지하는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고용안정과 차별해소를 동시에 요구하면 기업의 부담이 가중돼 비정규직 해고 등 부작용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최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11일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시정은 바람직하지만 고용안정까지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무리”라며 “고용안정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비정규직 사용기한을 2년으로 강제하는 것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준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비정규직 보호법이 비정규직 계약기간을 2년으로 못 박으니까 기업들은 정규직 전환이 부담이 돼서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것”이라며 “법 개정을 통해 비정규직 사용기한 2년 제한을 없애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전환기업 인센티브도 고려해야=현실적으로 당장 법 개정이 어렵다면 현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해 비정규직을 해고하거나 용역으로 돌리려는 욕구를 줄일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기업에 고용보험을 지원하거나 근로감독 완화, 금융서비스 지원 등 행ㆍ재정적 혜택을 주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정규직 보호법은 자세한 실태조사와 노사 간 합의가 없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며 “두 번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전면적인 설문조사 및 심층면접을 실시, 비정규직의 ‘고용’과 ‘임금’ 중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출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에 따른 혼란은 정치권의 책임도 큰 만큼 정치권이 혼란을 수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비정규직 사용기한을 3년으로 정할 계획이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노동계의 반발을 의식해 2년으로 줄였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대선정국에 얽매여 현상황을 외면하지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현실적인 해결책 마련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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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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