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가자! 경제4강] <4> "월드컵효과,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말자"

[가자! 경제4강]"월드컵효과,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말자" '경제, 사회 발전의 호기, 그러나 단기적 성과에 매달리기는 금물'. 서울경제신문이 월드컵의 열기를 경제 발전으로 연결시키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마련한 포스트월드컵 시리즈를 마감하는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이렇게 주문했다. 월드컵에서 확인한 국민적 에너지와 자신감을 경제 발전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을 과감하게 고쳐 나가되 거창한 구호나 단기성과에 대한 성급한 기대보다는 실현 가능한 과제를 선별해 장기적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요구된다는 것이다./편집자 주 ◇참석자: 권오규 재정경제부 차관보,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부원장, 김석중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 ◇사회: 권홍우 경제부 차장 사회:한국팀의 월드컵 4강 진입과 국민적 일체감이라는 값진 성과를 낳았던 월드컵이 막을 내렸습니다. 월드컵에서 분출된 잠재 에너지를 경제 발전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권오규 재경부 차관보:포스트월드컵 대책의 골자는 ▦응원의 열정과 응집력을 국민통합으로 연결시키고 ▦히딩크식 경영철학을 접목시킨 개방과 경쟁체제를 정착시키며 ▦국가이미지 제고와 한국경제 로드쇼 추진해 ▦수출ㆍ투자ㆍITㆍ스포츠 등 산업발전으로 승화시킨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월드컵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동원 가능한 모든 방법을 추진할 것입니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부원장:월드컵을 통해 경험한 열정의 이면도 중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집단적 열정이 오히려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위험요소도 있지만 단순한 응원 차원을 넘어선 가능성도 확인했습니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 '은둔의 나라', '백의민족' 등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순종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우리만의 열정을 발견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게 우리 본질의 모습입니다. 이제 이 열기를 경제에 접목시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의 열광적인 모습을 보면 과거 6ㆍ3세대나 4ㆍ19세대가 가졌던 반목과 갈등, 질시를 찾을 수 없습니다. 변화와 도약을 위한 계기를 스스로 찾아낸 것입니다. 김석중 전경련 상무:국민의 잠재의식 속에 1등이 될 수 없다는 열등의식이 있었는데 월드컵을 통해 많이 해소됐습니다. 무엇보다 경제, 사회, 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고와 경쟁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게 소득입니다. 세계 유일의 슈퍼 파워인 미국의 힘도 스스로 세계 최고라는 여기는 자부심에서 나온 것입니다. 문제는 자신감을 실질적으로 구체화시키는 데 있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월드컵의 반사이익은 수출이 늘고 시장개척이 쉬워지며 해외투자가 늘어나는 것 등 세 가지입니다. 이를 위해 제도적인 뒷받침을 서둘러야 합니다. 시간이 너무 많이 흐르면 정부도 힘들어집니다. 예를 들어 이번 기회에 병역문제가 얼마나 간단하게 해결됐습니까. 정부도 해외IR 등을 계획하고 있지만 자칫 겉치레에 그칠 수도 있습니다. 축구 4강이라도 투자가 잘 되려면 비즈니스 인프라가 따라줘야 합니다. 물류 인프라 구축이야 하루 아침에 되지 않지만 제도적 인프라 구축은 맘만 먹으면 가능합니다. 권차관보:월드컵 후속대책으로 요구되는 제도적 인프라와 맞아 떨어지는 프로젝트가 진행중입니다.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계획이 바로 그 것입니다. 예를 들면 미국상공회의소(AMCHAM)에서 제출한 5가지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습니다. 세제부문에서 체감 세부담을 싱가폴 수준까지 내리고 학교, 병원, 약국 등 기존의 규제도 과감하게 풀 예정입니다. 개방에 대한 사회적 저항이 거세지만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김부원장:정부의 포스트월드컵 대책을 보면 정책과제라고 내놓은 것들이 평소 정책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느낌도 듭니다. 월드컵 이후의 대책이라면 최소한 월드컵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췄어야 했다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습니다. 국가브랜드와 기업이미지 향상 노력이 절실합니다. 이번 기회에 한국을 알리고 한국에 들어오도록 끌어들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IT기술과 고급인력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돌아갔다는 점은 두고두고 장기적으로 한국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미지 고양을 곧 단기적 수출 증가로 기대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월드컵 이전보다 국가 이미지가 높아졌다면 우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이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이런 노력이 선행되면 수출총액도 자연스레 늘어날 수 있습니다. 김상무:우리 내부의 보수적 성향을 고쳐야 합니다. 히딩크 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세계 최고와 경쟁을 하기 위해 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할 수 있고 이제 열어도 된다고 설득해야 합니다. 교육을 예로 들자면 세계 최고의 교육 열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가 개방을 미룰 필요가 없습니다. 강팀을 피하지 않는 자신감을 모든 분야에 확산시켜야 합니다. 김부원장:리더십은 상황과 자질이라는 두 가지 면에서 봐야 합니다. 상황에서 오는 영향은 바뀔 수 있지만 자질은 개인마다 다릅니다. 히딩크가 가진 경험은 우리나라 다른 감독과 분명 다른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한국인이면 이만큼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는 곧 한국사람은 상황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우리의 잠재능력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발전을 가로막는 한국적 상황에 대한 고찰도 선행되어야 합니다. 사회:월드컵의 성과 이면에는 짐도 적지 않습니다. 당장 10개의 경기장을 유지하려면 지방자치단체가 막대한 재정부담을 져야 합니다. 6월 한 달을 흥분하며 자신감에 들떠 지낸 것은 사실인데 자신감이 경제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청사진도 아직은 기대수준일 뿐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권차관보:느끼는 것 이상으로 변화가 많습니다. 당장 기업 스스로 히딩크 식 경영방식 도입에 나서고 있습니다. 말로는 연고주의 탈피를 강조했지만 히딩크의 한국축구를 통해 연고 파괴의 시너지 효과가 대단하다는 걸 직접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10개 경기장 건설에 들어간 금액이 2조3,000억원인데 자신감과 연고주의 파괴의 성과를 확인했다는 점 만으로도 아깝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경기장 문제는 앞으로 활용을 어떻게 하느냐가 핵심인데 한 개 당 연간 20~30억원씩의 관리비가 소요됩니다. 다행스럽게도 다각적인 활용방안이 모색되고 있습니다. 손님이 가장 적을 것으로 보이는 서귀포 경기장도 미국투자가인 지텍(GTEC)이 25년간 운영권을 3,700만 달러에 매입했습니다. 복합문화관광센터로 아이맥스 영화관, 대형 콘서트홀, 멀티플랙스, 아쿠아룸 등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제주가 자유관광도시가 되고 한중일 교류가 자유로워지면 충분히 수익성이 있다고 본 것입니다. 상암동은 디지털미디어시티로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정부는 에펠탑 같이 한국을 상징할 수 있는 건조물을 세우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에펠탑도 처음엔 쇳덩어리에 불과하다고 반대가 많았지만 오늘날 매력적인 상징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김부원장:국내프로축구의 수요창출이 힘들다면 동북아리그를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미 빈사지경인 국내프로축구는 돌파구가 없다면 더욱 힘들어질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축구단을 억지로 하나씩 떠맡은 반면 유럽은 상업성을 노리고 시작했다는 점에서 활성화 노력은 상업화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극동 러시아와 중국, 일본, 한국을 아우르는 유럽식 리그를 하나 만드는 것도 방법입니다. 김상무:구단의 수익은 캐릭터사업과 선수이적료인데요.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선수들 몸값이 올라 구단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구단주들은 세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구단운영에 그룹이 돈을 지원하면 손비인정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룹들이 축구단 운영으로 대단한 수익을 얻는 것도 아닙니다. 이번 기회에 세제 측면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할 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부원장:산업 살리기에 앞서 필요한 것은 이번 열풍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열풍의 근원지는 첫째 스스로 동기유발된 자발성, 둘째 공감할 수 있는 공동의 목표였습니다. 이 두 가지를 월드컵 열기에서 경제동력으로 이어가야 합니다.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문화적 사회적 의식수준은 이번에 젊은 층을 통해 자연스레 드러났습니다. 동기유발의 장을 자꾸 만들고 젊은 사람들의 열기를 꺼버리는 게 아니라 축제마당을 만들어 연결시켜가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권차관보:정부는 스포츠마당 같은 것을 여러 지역에 만들어 두는 방안을 검토중입니다. 구단도 늘이고 스포츠업계 지원방안도 내놓을 예정입니다. 이는 곧 지방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부산영화제, 광주비엔날레 등 문화분야, 국제로봇축구대회 등 기술분야 등 다양한 장을 만들어 열기가 골고루 확산돼 나갈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김부원장:지역별 행사도 의미가 있지만 우리사회가 가진 동서간, 노사간, 계층간 갈등이 녹았다는 게 월드컵의 진정한 가치입니다. 국민적 행사는 지역별 축제를 넘어서야 합니다. 지역과 상관없이 전국을 돌면서 하는 행사, 전 국민이 함께 할 수 있는 행사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브라질의 삼바축제, 스페인의 토마토축제나 투우축제 같이 전국이 즐길 수 있는 행사를 마련해 갈등을 해소하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한국을 알리기 위한 기본적인 노력에도 충실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요 국가의 유명대학도서관에 있는 한국관련자료의 대부분은 과거 6ㆍ25 까지 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최근의 한국에 대해 알고 싶어도 볼 책이 없는 형편입니다. 북한 자료는 김일성 전집까지 갖춰져 있는데 그렇습니다. 이번 기회에 한국의 최근 모습에 대한 책자자료를 전 세계 주요 대학도서관에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커 나가는 세대들에게 한국을 제대로 알려야 합니다. 김상무:노사문제도 중요합니다. 히딩크 식으로 경영하고 싶어도 노사 때문에 불가능합니다. 실력 위주로 선수를 두고 싶어도 노조 때문에 그럴 수 없습니다. 전투적인 노조가 자발적으로 협력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기만을 기다리는 형편입니다. 노동의 유연성이 갖춰지기 않고는 월드컵의 성과를 경제적으로 현실화하기 힘들 것입니다. 권차관보:노조문제에 대해선 법과 원칙을 확립해 간다는 게 정부의 기본방침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발전노조 파업 때 작지만 하나의 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영국 대처 수상이 광산노동자 파업에 대응할 때, 미국 레이건 대통령이 관제사 파업에 대응할 때도 원칙으로 일관했습니다. 결국은 모든 게 자신감으로 귀결됩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확인한 자신감을 사회시스템 전체의 업그레이드로 활용해야 합니다.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포스트 월드컵 전략을 구체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정리=이연선기자 사진=김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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