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유동성 보강 기대 유효한가

유동성 보강 기대 유효한가 연초부터 외국인 매수세가 급증한데다 정부의 연이은 금융시장 안정책 등으로 대내외 유동성이 확충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외국인 매수세만이 유일하게 증시 유동성 보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을 뿐 다른 기대감은 아직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향후 대내외 유동성이 실질적으로 증시에 유입될 지 여부에 따라 증시 방향이 결정될 것이다. 미 연방기금 금리가 전격적이고도 대폭적으로 0.5%포인트 인하된데다 앞으로도 추가적으로 0.5~0.75%포인트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외국인 매수세의 첫째 배경이다. 미국금리의 인하는 세계 달러화 공급증가로 이어질 것이며 국제 신용위기도 완화할 것이어서 주식자산에 대한 투자비중이 전세계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외국인 매수세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음으로 첨단기술관련 기업들의 실적악화 우려가 완화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최근들어 미국 대형 기술주들이 둔화된 실적을 발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오히려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는 배경으로는 하반기께 예상되는 경기회복에 따를 실적 개선 기대감이 일부 선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또 낙폭과대 및 체계적 시장위험 이연에 따른 가격 메리트를 들 수 있다. 최근들어 한국, 타이완, 브라질 등 MSCI 이머징 마켓지수의 편입비중이 높고, 2000년중 신용위기 혹은 유동성 위기를 겪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급증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에 환매를 대비해 현금을 충분히 확보해 놓았던 이머징 마켓펀드와 테크펀드가 첨단산업 비중이 높고 신용위기가 완화되면서 시장위험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증시를 중심으로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연말부터 엔화가 약세를 보임에 따라 엔화 차입을 통한 엔-케리 트레이드도 외국인 매수세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엔ㆍ달러 환율의 변동폭 및 엔화선물 쇼트포지션 규모 등을 감안하면 최근 외국인 매수세의 주종은 주로 중ㆍ장기 펀드자금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는 향후 외국인 매수세가 중ㆍ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시중 유동성의 총량이 풍부하게 유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 주변의 유동성이 부족했던 것은 부실기업 및 금융기관의 구조조정 진행, 신용경색과 기업재무위험 확대 등으로 자금이 안전도피처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용경색 심화 →기업재무구조 악화 →신용경색 심화 등의 악순환 고리를 단절하기 위해 정부에서 고단위 처방에 나섰다.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 인수, 프라이머리 CBO/CLO 발행 확대, 신용보증 확대, 금융기관 대출확대 유도 등 투신 자금여력 강화와 기업 자금유입 촉진대책이 그 핵심이다. 정부의 시장개입은 미국경기 연착륙과 하반기 국내경기 저점형성을 전제로 한 '기업살리기'와 '시간벌기'의 성격이 강하지만 현재까지는 어느 정도 실효성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를 계기로 국내 자금흐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고채 수익률이 급락하면서 은행권 역마진이 발생하는 등 자산운용상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신용보증도 확대될 것으로 보여 회사채 투자메리트가 높아지면서 회사채 발행도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사태 이후 금리와 주가의 상관관계가 약해진 게 사실이지만 그 원인이었던 신용경색과 기업 부도위험이 완화될 것이기 때문에 금리와 주가의 관계가 재복원될 가능성이 높다. 당초 당 리서치 센터에서는 올해 종합지수 최고치를 800포인트 내외로 전망했었다. 이 전망치의 근거는 신용위험의 감소와 기업실적 둔화를 동시에 고려한 것이었다. 즉 상장기업의 EPS가 13% 감소할 것인 반면, 신용경색완화로 시장평균 PER이 작년 하반기 평균 PER 6.4배보다 30% 상승한 8.3배에서 형성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 전망을 그대로 유지한다. 대신 미국금리의 인하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1차 유동성 장세가 1분기 초반으로 앞당겨졌다는 판단이다. 이번의 1차 유동성 장세는 좀 더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 매수강도가 일시적으로 낮아질 수는 있으나 매수추세는 지속될 것이다. 미국의 금리인하와 나스닥 시장의 안정으로 미국 뮤추얼 펀드로의 자금유입이 예상되며 국내 주식이 여전히 적정수준보다 저평가되어 있기 때문이다. 엔화가 강세로 전환될 시에는 엔-케리 트레이드의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외국인 매물이 늘 수는 있지만, 외국인 자금의 상당부분이 중.장기 자금이라는 점에서 그 충격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연말보다 2조 5,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고객예탁금은 아직까지는 주식매수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지수가 조정을 보일 경우 증시로 재환류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편입비율이 60% 이상인 주식형 수익증권의 경우에도 부실정리에 따른 투신사의 투명성 제고 등으로 조만간 증가세로 반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기금, 정통부 자금 1조3,000억원이 추가로 설정될 예정이어서 거래소 시장이 안정된 조정을 보일 경우 주식매수 자금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2월부터 개방형 뮤추얼 펀드와 M&A전용 뮤추얼 펀드 설정이 활성화될 것이어서 이 부분에서의 자금유입도 기대되고 있다. 자금의 선순환이 예상돼 매수관점이 아직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과거 외국인 매수세로 초강세를 보였던 4차례의 사례를 보면, 그 중 가장 낮은 지수 상승률을 보였던 99년말의 33%를 이번 장세에 적용할 경우 종합지수의 1차 목표치는 670포인트 내외가 된다. 미국 첨단기술주들이 강한 하방 경직성을 보일 경우 낙폭이 컸던 업종대표 기술주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금리이하 기대감과 구조조정 수혜주로 인식되는 금융주에 대한 관심도 지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번 유동성 장세의 마무리단계에서는 신용경색 우려가 상단기간 완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상승폭 미진 중.저가 종목군들을 중심으로 활발한 순환매가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650포인트 전후까지는 매수관점을, 그 이상에서는 종목별 순환매에 편승한 단기매매전략으로 이번 유동성 장세에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한 매매전략이 될 것이다.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 김정환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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