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클래지콰이’ 리드보컬 호란. 색다른 음색으로 음악 팬들을 단숨에 사로잡았지만, 많은 이들에게 그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내 이름은 김삼순’의 메인 음악을 만든 그룹의 보컬일 뿐이었다. 무대에 서면 사람들은 수근거렸다. “쟤, 누구야?” “있잖아 왜, 김삼순 노래 부른 애.” “아~ 삼순이~ 김삼순! 김삼순!” 2장의 정규 앨범과 2장의 리믹스 앨범이 발매된 지금, ‘김삼순 꼬리표’는 유통기한이 지나도 한참 지났다. 라디오에서, CF에서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건 TV에서 월드컵 응원가를 듣는 것 다음으로 쉬운 일이 돼 버렸다. 독특한 음색만큼이나 그녀의 활동 행보도 눈에 띈다. TV 속 그녀는 책도 읽어주고(EBS ‘책 읽어주는 여자, 밑줄 긋는 남자’), 인터뷰 패널도 됐다가(KBS ‘파워 인터뷰’), CF 속 요정도 된다. 깊은 밤 라디오에선 그녀가 직접 고른 음악들이 흘러 나온다(MBC FM ‘뮤직 스트리트’). 잡지(‘맨스헬스’)와 신문(한국일보)에 글도 쓴다. 그녀와의 인터뷰, 진지한 음악 이야기를 하려고 작정했건만 어느 새 발랄한 수다로 변해 버렸다. 고백컨데 기자는 그녀가 ‘삼순이’로 뜨기 훨씬 전부터 열혈 팬이었다. 다음은 매일 이어폰 너머에서 노래하던 그녀와의 대담, 인터뷰, 아니 수다다. ▦반갑다. 나이가 나와 동갑이다. -그런가? 근데 나보다 늙어 보이는데? ▦(모른 체) TV와 부쩍 친해졌다. 갑자기 왜? -재밌다. 원래 책 좋아했다. 잘난 척 할 필요가 없는 프로그램이다. 편하다. 메시지도 있다. “다 함께 책 읽어요” ▦가수가 책 프로그램이라니 신기하다. -가수는 책 읽으면 안 되나? 훌륭한 기획 아닌가? 나를 쓸 생각을 한 PD가 기특하다. ▦인터뷰 패널로까지 나온다. -이것도 재밌다. 신중현씨, 최민식씨,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도 만났다. TV에서만 보는 분들인데, 실제로 보니 너무 낯설었다. ▦누가 제일 인상깊었나? -당연히 신중현 선생님. 나 보고 예쁘댔다. 우리 음악도 들어보셨다고 했다. 감동의 물결. ▦노래만큼 글도 독특하다. -어디서 읽었나? ▦미니홈피에서. 당신 팬이라니까. -스토커가 아니고? 미니홈피 글은 그냥 끄적댄 거다. 글을 읽는 것도 쓰는 것도 좋아한다. 지면에 실리는 거라 긴장 좀 했다. 편집자가 좀 더 캐주얼하게 써 달라더라. 앞으론 지면도 미니홈피처럼 쓰기로 했다. ▦활동이 많다. 노래할 시간은 있나? -걱정 붙들어 매라. ▦능력도 많고, 재밌는 것도 많은데 왜 직업은 가수를? -노래가 제일 좋으니까. 학교 다닐 때 교회에서 붙박이 성가대였다. ▦교회 다니게 안 생겼다. -시끄럽다. 밴드도 하고 싶었는데 우리 집에선 상상도 못했다. 부모님은 말하셨다. 대학 가서 하라고. ▦그리고? -대학 가서 컴퓨터작곡 동아리 들었다. 멤버들이 다들 곡만 써서 노래 부를 사람이 없었다. 내가 작곡할 필요가 없었다. 선배들과 팀 짜고 클럽 공연 다녔다. 그리고… 클래지콰이. ▦막상 하니 어떤가? -내 안에 소스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존 레논을 안 게 대학 와서다. 이쯤 되면 말 다 한 거다. ▦열등감을 느낀다는 말인가? -물론이다. 세상엔 정말 천재들이 너무 많다. 음악 시작하면서 선배들한테 하소연도 많이 했다. 누가 그러더라. 타고난 재능은 없다고. 포기 안 하는 게 재능이라고. ▦‘내 이름은 김삼순’을 돌아본다면?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작품이다. 하지만 김삼순 밴드로 갇히는 건 끔찍하다. 드라마 주제가, CF 배경음악의 클래지콰이도 있지만 다른 면도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다행이 요즘은 반응이 좋다. ▦솔로는 안 하나? -가능성은 열려있다. ▦말하는게 정치인 같다. -정말이다. 아직 계획은 없다. 확실한 건 솔로 앨범을 내도 클래지콰이는 계속한다. 이래봬도 클래지콰이 프로젝트 정규 연구원이다. 우리끼린 그렇게 부른다. ▦앞으로는? -지금처럼. 노래하고 글 쓰고 좋은 음악 하면서 잘 놀 거다. 어깨엔 힘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