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실감사 회계법인 책임 대법판결」파장

◎“집단소송제 도입” 목소리 커질듯/피해투자자 소송 잇따를 가능성/“감사보고서 믿고 투자”굳어질듯일반투자자가 상장기업에 대한 회계법인의 부실회계감사 결과를 믿고 주식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봤다면 회계법인이 손해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은 주식투자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법원의 첫 판결로 이와 유사한 소송이 잇따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한때 검토한 바 있던 집단소송제도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집단소송제도란 특정 사안에 대해 한 사람이 다수의 사람들을 대신해 소송을 제기하고 그 판결 결과가 다른 사람에게도 미치는 것을 말한다. 또 그동안 잘못된 감사보고서를 믿고 투자했다가 커다란 손실을 봐도 하소연할 길이 없었던 투자자들의 손을 대법원이 들어주었으며 유사사건의 판례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판례의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외국의 경우 부실감사 등과 관련한 소송에 대비해 보험제도가 잘 갖춰진데다 증권감독기구에서 소송에 필요한 자료를 도와주는 등 투자자들의 집단소송제도가 발달해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전혀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둘 수 있는 것은 실제로 형성된 주가를 기준으로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감사보고서를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에게는 회계법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분식결산 및 부실감사로 인해 입은 손해액은 부실감사가 밝혀져 거래가 정지되기 전에 정상적으로 형성된 주가와 거래정지가 해제되고 거래가 재개된 후 하한가를 벗어난 시점에서 정상적으로 형성된 주가의 차이로 규정했다. 이는 서울지법 본원 합의부에서 손해액에 대해 분식결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형성되었을 회사의 주식가격과 투자자의 실제 취득가격과의 차액이라고 규정한 것보다 투자자들에게 훨씬 유리한 판결이다. 감사보고서를 믿고 투자하면 된다는 관행을 만들어 준 점도 이번 대법원 판결의 의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이 이처럼 판결했다고 해도 이번 판결은 소를 제기한 오씨에게만 해당되고 한국강관(현 신호스틸)의 부실감사로 인해 손해를 본 다른 투자자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별도로 다시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정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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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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