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18년 프로야구 현역 인생 마감한 양준혁을 만나다

19일 은퇴식 치른 ‘프로야구 기록의 사나이’ 양준혁 인터뷰서 밝혀

21일 대구 구장에서 만난 양준혁은 방망이를 휘두르는 사진을 찍자고 요청하니 거부했다. 그는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겠다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두 손으로 V자를 그렸다. 대구=강동효기자

“양신이요? 그 별명은 좋지만 저 스스로 양신이라고 부르긴 그렇잖아요. 요즘은 준혁 학생으로 불려요.” 지난 19일 대구구장에서 공식 은퇴식을 치르며 18년 프로야구 현역 인생의 종지부를 찍은 양준혁(41ㆍ삼성)은 능청스럽고 유쾌했다. 2,135경기 출전, 2,318안타, 351홈런, 1,389타점, 1,299득점, 1,390사사구, 3,879루타 등 7개 부문에서 프로야구 개인 최다기록을 보유한 그는 팬들에게 ‘신(神)’으로 불린다. 그의 성을 딴 ‘양신’은 대구구장 최고의 응원구호이기도 하다. 은퇴식을 치르고 이틀 뒤 대구구장에서 만난 그는 “‘양신’도 좋지만 요즘은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 등장한 동명의) 준혁 학생을 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경상도 사나이답게 짧고 무뚝뚝한 답이 돌아왔다. “시트콤도 안 봤어요?” ◇의리에 죽고 사는 경상도 사나이= 양준혁은 야구 인생에서 ‘의리’를 제1의 덕목으로 여긴다. 처음 삼성에 입단할 때도 그랬다. 삼성의 지명을 받기 위해 영남대를 졸업한 뒤 바로 군입대(상무)했다. 당시 삼성이 투수 김태한을 1차 지명해 양준혁은 다른 팀으로 가야 할 상황이었다. 양준혁은 “힘들었다. 동기들은 전부 프로에서 뛰는데 군대에 가야 되니까…”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왜 꼭 삼성이냐”는 질문에 “대구에 한번 몸을 담았으니 끝까지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 한번 맺은 인연은 잊지 않는다”고 답했다. 은퇴 결정도 ‘의리’가 크게 작용했다. 그는 “은퇴는 전적으로 내가 한 결정이었다. 주변에서는 모두은퇴를 말렸다. 이승엽도 전화해서 ‘좀 더 할 줄 알았는데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다른 팀에 가서 좀 더 뛸 수도 있겠지만 삼성에서 끝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성근+로이스터=양준혁 감독’= 양준혁은 올 시즌이 끝나면 뉴욕으로 떠난다. 뉴욕 양키스에서 1년간 코치 연수를 받을 예정이다. 현역 생활에서 위풍당당한 타격을 뽐내던 그가 꿈꾸는 지도자상은 뭘까. “(2001년 LG에서 스승이었던) 김성근 SK 감독의 정신 세계를 존경합니다. 볼 하나에도 혼을 불어넣는 야구를 추구하죠. 그런데 방식은 너무 스파르타잖아요. 로이스터 롯데 감독처럼 미국 메이저리그 시스템과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김성근 감독의 혼을 불어넣는 야구를 시도하고 싶어요.” ◇결혼은 노 코멘트= 올해 나이 41세. 불규칙한 야구선수 생활이 끝나기에 그의 결혼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크다. 그는 알려진 대로 탤런트 한효주의 팬이다. 이번 은퇴식에서 전달받은 한효주의 친필사인은 그의 보물 목록에 올라 방안에 고이 모셔뒀다. 한효주의 단아하고 밝은 표정이 사람을 기분 좋게 해준단다. 올 12월 결혼하는 김태균(지바 롯데)처럼 주변에서 신부감을 만날 수 있지 않겠냐고 물었더니 “그럴 수도 있다. 결혼에 대한 질문은 이제 노 코멘트”라며 단칼에 잘랐다. 인터뷰를 마친 뒤 방망이를 힘차게 휘두르는 사진을 요청하자 양준혁은 난색을 표했다. 그는 “지금 방망이도 없고 설정하는 건 싫습니데이.” 그래서 그냥 찍자니 그는 손으로 V자를 그리며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뚝심 있는 경상도 사나이’ 양준혁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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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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