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방탄국회


"현행범이 아니면 회기 중에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됐을 때도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석방해야 한다"(헌법 44조).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조항이다. 검찰과 경찰 등 행정부의 '불법적 억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헌법으로까지 보장하는 명예로운 권리이기도 하다.


이토록 깊은 뜻을 담은 불체포 특권이 거꾸로 국회의원들의 제 식구 감싸기를 위한 편법, 부당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요즘 흔히 나타나는 '방탄국회'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의원의 체포를 막기 위해 소속 당이 임시 국회를 소집해 회기를 계속 이어가는 것이 대표적이다. 방탄국회는 회기 중이라도 체포 또는 구속이 필요하다고 정부가 국회에 요청한 체포 동의안을 부결시키거나 정족수 미달 등으로 무산시키는 것까지 포함한다. 국회법에는 동의안을 수리한 후 72시간 내에 재적 의원 과반수 참석에 과반수 찬성으로 처리하도록 하고 부결되면 폐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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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 대행업체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 의원을 둘러싸고 방탄국회 논란이 한창이다. 여당인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체포동의안의 접수 사실을 12일 당 지도부에 보고하고 13일 본회의에서 국회법에 따라 처리하기로 했다고 방침을 밝혔다. 새정연도 최고위원회의에서 논란은 있었지만 "방탄국회는 없다"는 입장을 정리하고 본회의 표결에 참여하기로 했다.

문제는 박 의원에 대한 '동정론'이 여야를 막론하고 팽배하다는 점이다. 원내대표와 사무총장을 역임한데다 이미 20대 총선 불출마와 탈당까지 선언해 굳이 구속까지 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 여야 정치권의 일반적 정서다. 여기다 국회 처리가 무기명 투표로 이뤄지기 때문에 여야 모두에서 반란표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9대 국회에서만도 여야 가릴 것 없이 10건의 체포동의안 중 불과 3건만 가결됐다니 13일 국회가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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