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환란공방] 한은- 조기 IMF차입건의 재경부에 묵살당해

『이 고통은 누구때문인가』환란의 원인을 규명하기위해 열린 경제청문회를 맞아 대다수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사항이다. 그런데 바로 이 환란의 원인과 책임소재를 둘러싸고 환란의 두 당사자인 한국은행과 재정경제부가 18·19일 국회 환란조사 특위에 각각 공식 제출한 보고서에서 서로 엇갈리는 주장을 전개한 것이다. 어차피 경제청문회는 서로 엇갈리는 주장을 청취해 진실의 실체에 다가서기 위한 과정이므로, 환란 당사기관들의 이같은 논리 대결은 서글픔을 안기는 것도 사실이나, 다른 한편으론 환란의 원인과 책임소재를 명확히 파악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 경제청문회의 전개에 앞서 양 기관이 공식 제기한 입장을 정리한다. <한은측 입장> 한국은행은 19일 경제청문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IMF사태가 발생하기 8개월전부터 위기가능성을 경고했고 모두 7차례에 걸쳐 재경부에 관련보고서를 제시했다며 환란의 직접적인 책임이 재경원에 있음을 시사했다. 한은은 초기단계에서부터 할수있는 범위내에서 할일을 다했으나 재경원이 묵살하는 바람에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IMF행 건의 언제 누가 먼저 했나= 한은은 19일 국회 IMF 환란 조사특위에 제출한 보고자료에서 우리나라가 IMF에 자금지원을 신청하기 8개월전인 지난 97년 3월IMF 자금요청 필요성을 이미 정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한은 자료에는 한보 사태 이후 외환보유고 확충과 각종 금융시장 안정대책이 실패할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IMF 행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성격으로 돼 있다. 한은의 주장의 어느 정도의 강도였는지는 현재로선 불분명하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97년 3월에는 IMF행을 드러내놓고 얘기할 만한 사안은 아니었으며 누구에게 전달됐는지는 모르지만 실무자에게 준 것은 아닐 것으로 본다』며 『여의치 않을 경우 IMF,BIS(국제결제은행) 차입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당시 한은은 재경원에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실무자가 묵살해 경제부총리에게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어 실무자들을 배제한 채 고위층에게만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재경부의 주장과는 판이하다. ◆외환위기 감지는 누가 먼저= 97년초에 외환위기 가능성을 감지해 정부에 경상수지 개선과 외환시장안정, 그리고 금융기관부실채권해결등 각종 대책 마련을 정부에 건의했다는 게 한은의 주장. 이 대목에서 경제청문회에 제출한 한은의 보고서는 그 화살을 재경부에 돌리고 있다. 이 보고서는 「위기상황에서도 한편으로는 시장원리에 의한 금융기관의 자율적인 여신운용을 강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부도유예협약제도의 도입과 부실기업에 대한 협조융자등을 시행, 금융시장의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어 「기아사태가 발생한 이후 처리과정이 장기화돼 대외신인도를 크게 떨어뜨렸다」고 덧붙였다. 재경부의 모순된 정책, 그리고 때를 놓친 정책이 위기를 부추겼다는 얘기다. ◆환율방어 누가 했나= 18일 청문회에서 거론됐듯이 당시의 무리한 환율방어 주 체를 가려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한은은 19일 보고서에서 97년 10월부터 재경원이 시장개입을 직접 지시했으며 특히 11월초부터는 한은은 반대했으나 재경원이 외국환관리규정을 들어 공문을 통해 시장개입을 직접 지시했다고 밝히고 있다. 재경원은 금융기관이 시장에서 달러를 구하지 못해 결제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은이 가용외환보유고를 시장에 푸는 것은 당연한 조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한은은 재경부의 지시에 의해 불가피하게 보유달러를 허비해야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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