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 산책] 대졸 취업난 해법 찾기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 올 하반기 대기업 공채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요즘 취업을 앞둔 대학교 4학년생의 긴장과 스트레스는 고3 수험생 이상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반적인 고용사정은 나아지고 있지만 청년층, 특히 대졸자 실업률은 역대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졸 이상 실업자는 35만명에 이른다. 2000년 23만명, 2008년 26만8,000명에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대졸 실업자가 증가한 일차적 원인을 찾는다면 취업 재수를 감수하면서도 '눈높이'를 낮추지 않는 대학 졸업생을 탓할 수 있다. 중소기업 경영자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구인난을 호소하고 괜찮은 중견기업조차 신규채용에 애를 먹는다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신성장동력 키우기 집중을 하지만 해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가 벌어지고 고용안정마저 대기업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대기업 취업에 매달리는 대졸자들만 탓할 수 없는 여건이다. 결국 청년취업난의 해법 역시 경제 기본에서 찾아야 한다. 취업난을 해소하려면 우선 정부와 경제계가 정책의 우선순위를 신성장동력 키우기에 맞춰야 한다. 이는 세계경제의 미래를 꿰뚫는 경제관료의 혜안과 과감한 결단,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정신을 전제조건으로 한다. 미국 프린스턴대 앨런 블라인더 교수의 지적대로 지난 반세기 한국의 경제 성공 방정식은 스마트한 정부와 기업가정신의 융합 속에 이뤄졌다. 반도체ㆍ휴대폰ㆍ자동차ㆍ철강ㆍ조선 등이 좋은 사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30대 그룹은 태양전지, 전기차용 배터리, 바이오 분야 등에 사상 최대인 113조원을 투자한다는 소식이다. 11만8,000명의 신규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규모다. 더불어 오랜 과제인 중소기업 고용경쟁력 제고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100대 기업의 고용규모는 한정돼 있다. 실제 전체 고용의 90%는 중소기업, 서비스업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대규모 투자로 고용을 선도하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의 임금ㆍ복지 수준, 고용안정성을 개선하는 게 대졸실업 문제 해결을 위한 선결과제다. 중소기업이 '경제 생태계'의 한 축을 굳건히 담당할 때 고용시장도 활성화될 수 있어서다. 이를 위해서는 세제 지원책도 중장기적 차원에서 경제상황에 맞게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돼야 한다. 정부와 경제계의 의지와 정책협조가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대졸 취업희망자의 인식과 경쟁력도 개선돼야 한다. A+ 학점을 위해 A학점 과목을 재수강하는 소위 '학점세탁', 900점을 맞고도 만점을 위해 매달리는 토익 점수 올리기, 뚜렷한 목적도 없이 친구 따라 떠나는 해외 어학연수 등 소위 취업 스펙 쌓기의 매너리즘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스펙쌓기 매너리즘서 벗어나야 21세기 국제언어가 된 영어만 해도 토익ㆍ토플 점수가 아니라 실질적인 구사력, 소통력을 높여야 한다. 전공 분야에서는 학점 높이기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미국ㆍ일본ㆍ유럽지역 대졸자 등과의 경쟁을 가정한 비교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당장 눈앞의 취업이 급하겠지만 미래사회의 특성과 산업구조를 전망하는 안목도 키워야 한다. 21세기 직업세계는 불확실성의 시대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개발되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직업능력도 빠르게 변화할 것이다. 기업가치의 척도인 주식의 미래가치를 예측하듯이 직업이 가진 미래경쟁력을 파악하고 이에 맞춰 개인적인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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