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리버사이드호텔에 도착한 이명박 대통령의 첫마디는 "대한민국 국민의 승리입니다"였다. 1분 1초를 아껴 평창 유치를 위해 달려온 평창 유치활동 기간 동안 이 대통령은 세계 어느 정상보다 놀라운 역량을 보였다. 임태희 대통령 비서실장은 "주요20개국(G20) 지도자 중 가장 리더십이 좋은 두 정상(이 대통령과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이 맞붙어 걱정을 많이 했다"며 "평창 유치는 대통령의 역량이 빛을 발한 또 하나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더반에서 이 대통령의 일정은 조심스러웠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과의 접촉 사실이 외부로 드러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더반 도착 직후 전략회의에서 "실수가 없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말에는 이런 우려가 담겼다. 평창 유치가 확정된 후 이 대통령은 "여기에 와서 잠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며 "그분들이 무슨 대통령이 어떻게 저렇게 다니냐고 할 정도로 돌아다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물론 김윤옥 여사까지 나선 IOC 위원들과의 접촉은 평창 유치의 가장 좋은 밑거름이 됐다. 평창 유치활동에서 이 대통령의 키워드는 '맞춤형'과 '팀워크'. 연초 서별관회의에서 대통령이 직접 강조한 평창 유치 키워드는 정부의 유치전략으로 활용됐다. 임 실장은 "대통령이 88올림픽 당시에는 정주영 회장이 총괄했지만 지금은 이건희ㆍ조양호ㆍ박용성 회장이 모두 나서 이 부분을 정리하자고 했고 (세 분의 역할분담이) 잘됐다"고 전했다. '맞춤형'은 평창 유치 한달 전 대통령 명의의 서신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비서실에 가지고 간 일괄서신을 각 IOC 위원들의 성향과 모국어에 맞춰 수정했고 서신을 받은 IOC 위원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막판까지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불안했다. 최악의 경우와 최상의 경우를 모두 대비하며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했다. 임 실장은 "지난달 이건희 회장 등이 참석한 청와대 회의에서 박 회장이 '느낌이 좋다'는 말을 했지만 안 될 경우도 대비하자고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임 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은 이번 평창 유치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상황판단에 혀를 내둘렀다. 임 실장은 "수행한 김두우 홍보수석이 '기가 막히더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대통령의 일 추진이나 상황대처 능력은 완벽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