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업체가 수출용 가전 제품 생산을 해외업체에 맡기는 `역(逆)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대폭 늘리고 있다.
이는 과거와 달리 외국업체의 제품에 `삼성`이나 `LG`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는 형태로 국내 전자업체의 브랜드 파워나 세계 시장에서 위상이 커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미국 가전 회사인 테일러화이트로부터 대형 평면 브라운관 TVㆍ프로넥션 TV 등 20만대를 공급 받고, 내년에는 물량을 50% 이상 늘릴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특히 디지털TV도 이 회사에 일부 아웃소싱, 북미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며 “삼성 브랜드가 일본 소니처럼 이름값만으로도 제품을 판매할 수 있을 정도로 커졌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또 중국 현지 업체인 신봉전자로부터 액정표시장치(LCD) 모니터의 OEM 물량도 올해 100만대에서 내년에는 150만대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아울러 최근 일본 NEC로부터 앞으로 3년간 첨단 PC서버인 `익스프레스 5800 시리즈` 300대를 OEM으로 공급 받아 국내시장에서 판매키로 했다.
특히 해외업체와 윈ㆍ윈 전략도 가속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일본 도시바와 세탁기에 이어 냉장고 부문에서도 올해 안으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신제품을 공동 개발한 뒤 일본 등 생산기지가 없는 지역에서 냉장고를 도시바에 위탁생산, 삼성 브랜드로 판매키로 했다.
비용절감 등을 위해 역OEM에 적극 나서기는 LG전자도 마찬가지다. LG전자는 글로벌 협력 체계를 구축한 마쓰시타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LG 에어컨을 생산 중이다. 또 폴란드 아마코사에서도 소형 냉장고를 일부 공급 받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생산 기지가 없을 경우 저가 모델은 물류비나 인건비 등을 고려, 현지 업체에 맡긴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며 “브랜드 파워가 커져 질 좋은 제품만 구하면 OEM 판매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최형욱기자 choihu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