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김충재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장

"부동산시장 계속 악화땐 국가경제도 충격"<br>실업·가계부도등 여파 서민경기 특히 나빠져<br>침체 시장 되살리려면 DTI 등 규제 완화 필요<br>정부 발표 연기된 만큼 좀더 확실한 대책 기대

◇약력 ▦1948년 경북 의성 ▦1982년 금강주택 설립 ▦1993년 한국외국어대 국제경영대학원 수료 ▦2000년 국토해양부장관 표창 ▦2005년 은탑산업훈장 수상 ▦2009년 대통령표창 ▦2010년 대한주택건설협회 8대 회장 취임


"부동산시장 상황이 계속 악화되면 그 영향은 건설사에만 미치는 게 아닙니다. 실업ㆍ가계 부도 등 국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큽니다. 특히 서민경기가 나빠지는 만큼 정부는 부동산거래 활성화 대책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중견ㆍ중소 주택업체들의 모임인 대한주택건설협회를 이끌고 있는 김충재(61ㆍ사진) 회장의 표정에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가 무기 연기된 데 따른 아쉬움과 착잡함이 가득했다. 그는 지난 1982년 주택업체인 금강주택을 설립해 반평생을 건설업계에 몸담아온 전문 경영인이다. 김 회장은 "만약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가 완화되지 않으면 올 가을에는 건설사의 대규모 부도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30년 가까이 건설업계에 종사하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때는 없었다"면서 "건설ㆍ부동산 시장의 현재 분위기는 정부가 판단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침체에 빠진 부동산 시장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뭔가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정부의 대책 발표가 연기된 만큼 좀더 확실한 대책이 나오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현재 주택건설업계의 상황과 건설업계의 생존방안 등에 대해 김 회장으로부터 들어봤다. -정부가 부동산거래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가 부처간 이견 조정 등을 이유로 발표 시점을 무기한 연기했습니다. 너무 조심스러운 대책 마련이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가장 필요한 것은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 완화입니다. 지난해 DTI 규제 강화 이후 수도권의 주택 거래는 시행전인 지난해 8월과 비교해서 올 6월말 기준으로 66%나 줄어 들었습니다. 서울만 놓고 보면 무려 75%나 감소한 것입니다. DTI 규제가 부동산 시장에 얼마나 많은 충격을 주었는지 객관적인 숫자로 여실히 드러납니다. 거래가 끊기면서 팔아야 할 물건이 팔리지 않아 급매물로 나오다 보니 가격이 또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융규제가 완화돼야 합니다. 거래가 이뤄지면 실수요자들은 물론 건설업계도 지금처럼 심한 자금압박을 받지는 않을 것입니다. -금융규제 완화에 대해 부처간 이견 차이가 큰 것 같습니다. 만일 정부가 DTI를 10~15%포인트 정도 완화해준다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까요. ▦물론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아예 폐지해줬으면 좋겠죠. 다만 정부 입장에서는 국가 경제 전반을 놓고 고민하다 보니 폐지는 아무래도 어렵다는 것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DTI 비율을 10%포인트만이라도 완화해 준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구체적 수치 보다는 시장이 규제 완화에 대한 시그널로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요. 직접적인 효과는 미미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시장의 변화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10%포인트 완화라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금융규제를 완화할 경우 자칫 시중의 부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몰려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는데요. 늘어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도 문제고요. ▦물론 정부가 금융규제를 강화한 가장 큰 이유는 주택담보대출과 집값의 급등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문제는 하락폭이 너무 가파르다는 것이지요. 여기에 거래마저 단절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까? 금리까지 인상돼 그대로 놔두면 집값은 더 떨어질 겁니다. 이는 집주인들의 부채상환능력을 떨어 뜨리고 결국 금융권의 부실 가능성도 더 커질 것이란 얘기입니다. 규제를 완화하면 가계 대출이 늘어날 수 있지만 이는 우리 경제규모로 볼 때 충분히 견뎌낼 수 있는 수준이라고 봅니다. -DTI 등 금융규제만으로 현재의 부동산 시장을 정상궤도로 올려놓기에는 역부족인 듯 합니다. 금융규제 이외에 필요한 정책 대안이 또 있다면요? ▦정부가 4ㆍ23대책을 통해 주택미분양 아파트를 해소하고 거래 활성화를 꾀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별로 신통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4ㆍ23대책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겠지요. 정부가 국민주택기금대출 대상 주택을 6억원 이하 및 전용 85㎡이하로 제한했지만 이 기준도 완화해 줘야 합니다. -미분양 아파트 적체 현상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분양가상한제 폐지와 미분양 해소는 직접적 연관이 없어 보이는데 어떤 효과가 있는 건가요. ▦지난 5월말 기준으로 전국의 미분양 물량은 11만460가구에 달하고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만 4만9,000가구에 이를 정도입니다. 이 정도 규모면 1998년 외환위기 당시보다도 미분양 규모가 2.7배나 많은 수준입니다. 물론 지금 당장 상한제가 풀린다고 해서 분양가가 올라갈 일은 없습니다. 다만 상한제가 풀리면 앞으로 분양가격이 올라갈 것이라는 심리가 작용해서 잠재 수요자들이 아파트를 분양 받을 가능성이 있어 미분양 해소에는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정부 일각에서는 현재의 부동산 시장에 여전히 거품이 많아 가격이 더 내려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재의 집값 수준이 어느 정도 선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지면 국민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ㆍ일본 등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실물자산 비중은 이들 나라와 비교할 때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미국 가계의 자산구성비를 보면 실물자산이 39%인데 반해 금융자산이 61%로 두 배 가까이 높습니다. 일본 역시 미국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금융자산이 23.2%에 불과하고 실물자산 비율 76.8%로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주택가격 폭락이 가져올 자산 디플레이션의 충격이 더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집값 하락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인지 신중하게 고민해 봐야 합니다. -집값 하락으로 담보인정비율(LTV)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면서 일선 은행 창구에서는 담보대출 만기 연장 때 대출금 일부를 상환하도록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집값이 떨어지면서 나타나고 있는 대표적인 후유증으로, 앞으로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집을 가진 사람들은 우선 소비를 줄이게 되고, 이자 부담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결국 대출을 감당하지 못해 집을 내놓을 수 밖에 없습니다. 상황이 더 악화되면 자칫 투매 현상을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 지금의 집값 수준이 안정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이는 단순히 호가 위주로 구성된 통계를 근거로 한 것일 뿐 실제 상황은 아주 심각하다고 봅니다. -정부의 보금자리 주택 공급도 민간 건설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여러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업계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서민들을 위해서 시세보다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당연히 정부가 해야 할 일입니다. 다만 보금자리 주택 공급 시기와 부지 선정 등은 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서 탄력적으로 조절해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민간 주택 건설 업계는 현재 거래 단절과 금융규제 등으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앞으로의 대책에 금융규제 완화라는 카드 등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많은 주택건설 업체가 올 가을 부도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주택건설업계는'개점 휴업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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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사업승인등 업체 100곳 중 4곳꼴 불과 1995년 이후 최저치 주택업체들이 아파트 분양을 포기하는 사태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분양에 나서면 곧 바로 미분양으로 이어지면서 건축비 부담만 늘어나기 때문에 아파트를 짓는 것보다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판단에서다. 대한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전국의 회원 등록업체중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사업계획 승인을 받거나 건축허가를 받은 업체 수는 211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07년 586개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며 지난 2002년 최고 1,022개 업체가 사업계획 승인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수치다. 이는 1995년 이후 최저치다. 협회의 전체 가입업체 수가 5,200여개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사업을 제대로 한 곳이 100개 업체당 4개꼴에 불과한 셈이다. 송현담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시장 침체와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아파트를 지어서 판매할 경우 돈을 벌기는커녕 오히려 손해 본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다"며 "올해 사정은 더욱 악화돼 올해 한 채라도 주택을 건설한 업체 수는 역대 최저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사놓은 땅마저 되파는 업체들도 크게 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에 따르면 영종하늘도시에서 분양된 52개 공동주택용지 중 20개 필지의 계약이 이미 해지됐다. 김포 한강신도시에서도 전체 58개 필지중 11개 필지의 계약이 해지된 상태다.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시기인 '토지 사용시기'가 지난 필지도 37개 필지나 된다. 분양을 포기하고 공공택지 계약을 해지하면서 계약금과 금융비용 등 수백억원의 손실을 그대로 떠안는 주택업체도 상당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의 부동산 시장에서는 사업을 도저히 벌일 수가 없다"며 "수입은 없고 금융비용과 운영자금만 늘고 있어 하루 하루가 살얼음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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