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현영철 숙청] 김정은 집권 후 70여명 처형… 공포정치 강화

수백명 앞서 고사총으로 처형… 마원춘·변인선 등도 올해 숙청

"金지도력에 대한 회의론 확산… 허약한 권력기반 보여주는 방증"

아직 내부 균열은 보이지 않아

지난 4월24일과 25일 인민군 훈련일꾼 대회에서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현영철(왼쪽) 부장과 황병서(가운데) 군 총정치국장, 김정은(오른쪽) 국방위 제1위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근 군부 서열 2위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처형하는 등 '공포정치'를 강화하면서 체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13일 "현 부장이 최근 반역죄로 숙청됐다는 첩보가 입수됐다"면서 "평양의 강건군관학교에서 수백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사총으로 공개 처형됐다는 첩보도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현안보고에서도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

◇집권 후 간부 70여명 처형…공포정치 강화=현영철 이외에 변인선 총참모부 작전국장과 마원춘 국방위 설계국장도 지난 1~2월 해임되는 등 올 들어 8명의 고위간부가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에 따르면 김정은 집권 이후 총살된 간부는 2012년 3명, 2013년 30여명, 2014년 31명, 올해 현재까지 8명 등 70여명이다. 아버지인 김정일이 집권 초기 4년간 10여명을 처형한 데 비해 대폭 늘어난 것이다.


처형 방식도 잔혹하다. 현 부장을 공개 처형하는 데 사용된 고사총은 저공 비행하는 항공기나 헬기를 요격하는 대공무기로 구격 14.5㎜에 분당 1,200발이 발사된다. 잔혹함을 극대화해 공포를 유발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앞서 김정은의 후계자로서 2인자로 군림하던 고모부 장성택도 2013년 12월 처형 당시 화염방사기로 처형됐다거나 굶주린 사냥개에 물어 뜯겨 숨졌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관련기사



처형 사유도 전형적인 공포정치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국정원이 분석한 현영철의 처형 사유는 김정은에 대한 불만 표출, 지시 불이행, 공개석상의 졸음 등이다. '체제 전복 기도'와 같이 중대한 사유가 아닌 지극히 사소한 '불충'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당 정치국 결정이나 재판절차 진행 여부 발표 없이 체포 2~3일 내에 전격 이뤄진 점도 김정은의 독단성이 심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취약한 권력 기반이 원인…체제 유지 가능할까=김정은이 이 같은 공포정치에 나선 것은 그만큼 권력 기반이 취약하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정일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아무런 준비 없이 집권한 후 아직까지 믿을 만한 자기 사람이 없다 보니 핵심 간부들에 대한 불신이 심화되면서 감시 및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일이 권력 핵심에 측근들을 두고 무한한 신뢰를 보였으며 이들의 정책 조언에 귀를 기울이고 이견을 제시한다고 함부로 처형하지 않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의 리더십이 취약한 상황에서 자신의 생각과 이를 이행하는 간부들의 역량이나 활동 사이의 괴리를 조율하지 못하다 보니 극단적 방식으로 처형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간부 숙청이 곧바로 체제 불안정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분석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20~30년을 지향하는 김정은 체제로서는 단기적 충격요법을 쓴 것이며 충성을 이끌어낸 후 다음 단계는 좀 더 유연한 다른 방식으로 나올 수 있다"면서 "현재는 체제가 불안정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날 "현재 북한군의 특이동향은 없다"고 밝혔으며 국정원 고위관계자도 "아직 (북한에서) 권력 내부 다툼이나 균열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공포정치가 장기화할 경우 권력층의 공포심을 유발하고 이탈을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정원은 "간부들이 사적인 대화에서 속내를 표출하는 정황이 많이 포착되고 있다"며 "간부들 사이에서 내심 김정은의 지도력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희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