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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제도 이대로 좋은가] 미분양 넘쳐 통장도 무용지물… 유주택자 청약 기회 확대해야

1순위 가입자 700만명 인기지역 빼곤 청약 안해<br>얼어붙은 주택경기에 무주택자마저 집 구입 기피<br>가점제 폐지 등 주택공급 규칙 뿌리부터 손질 필요



무섭게 떨어진 집값 때문에 천덕꾸러기로…
[청약제도 이대로 좋은가] 미분양 넘쳐 통장도 무용지물… 유주택자 청약 기회 확대해야1순위 가입자 700만명 인기지역 빼곤 청약 안해얼어붙은 주택경기에 무주택자마저 집 구입 기피가점제 폐지 등 주택공급 규칙 뿌리부터 손질 필요

박홍용기자 prodigy@sed.co.kr

























"수도권의 경우는 1순위에서 4~5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해도 실제 계약률이 2~3%밖에 나오지 않는 사례도 많습니다. 청약통장을 갖고 있는 게 무의미한 상황이죠."(A 분양대행사 대표)

과거에 프리미엄까지 붙어가며 불법 거래됐던 청약통장. 하지만 '무용론'이 나온 지 이미 오래 전이다. 기존 3종의 청약통장에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주택청약종합저축까지 등장하며 청약통장 가입자는 1,500만명에 육박한다.

아파트 청약자격 제한이라는 본래의 취지가 무색해질 만큼 가입자는 늘었고 여전히 불투명한 주택경기에 분양시장은 아직 얼어붙어 있다. 게다가 주거용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 등 아파트를 대체하는 주거지 공급도 잇따르는 상황.

30여년 동안 아파트 분양시장 조정 기능을 맡았던 '청약제도'를 근본부터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배경이다.

◇청약통장 없이도 내 집 마련 가능=5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1월 말 현재 청약통장 가입자는 1,488만명에 달한다. 이 중 1순위 가입자는 704만명으로 절반에 육박한다.

청약통장 가입자가 이렇게 폭증한 것은 2009년 5월 출시된 '주택청약종합저축' 때문이다. 나이와 주택의 소유 여부에 관계없이 통장가입이 가능하고 청약예ㆍ부금과는 달리 공공ㆍ민영주택 모두 청약이 가능한 만능통장인 탓에 엄청난 인기를 끌며 가입자가 늘었다.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1,178만명으로 전체 청약통장 가입자의 80%에 달한다.

비교적 높은 금리에 소득공제 혜택까지 있어 기존 청약통장 가입자들까지 이 상품으로 갈아탔다. 기존 통장의 1순위 자격이 상실되는 손해가 있지만 종합저축도 가입 후 2년만 지나면 1순위가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 1순위 가입자가 일부 인기지역을 제외하고는 청약에 나서지 않는데다 청약통장 없어도 살 수 있는 아파트가 널려 있다는 점이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는 "보금자리 강남지구와 같은 일부 인기 지역을 제외하면 서울ㆍ수도권 민간 사업장은 청약통장이 없어도 얼마든지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공급된 위례신도시 한 단지의 경우 5대1 정도의 청약경쟁률을 보였지만 청약당첨자가 실제 계약에 나선 사례는 30%에 불과했다"며 "나머지는 선착순과 사전예약제로 채웠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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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해양부에 따르면 1월 전국의 미분양 주택 수는 7만5,000채를 웃돈다. 같은 달 수도권에서 발생한 미분양 숫자만해도 2,047가구에 달해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아도 원하는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길은 언제나 열려 있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과거 주택보급률이 낮고 주택 가격이 늘 오르던 시절에는 내 집 마련이 곧 재테크였기 때문에 무주택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분양시장에 뛰어들었다"며 "하지만 침체기인 요즘 모든 무주택자들도 주택 매입을 꺼리고 있기 때문에 바뀐 분양환경에 맞게 청약기준을 손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대대적인 손질해야=전문가들은 기존 청약제도가 침체된 민간주택 시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주택 유형도 점차 다변화하고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전면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기적으로는 무주택자에 대한 공급에만 초점을 맞춘 청약가점제를 손보는 한편 장기적으론 민영주택에 한해 청약제도 자체를 적용하지 않는 것도 검토할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주택시장은 민간의 신규 아파트 시장은 축소되고 있는 반면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땅콩주택과 도시형생활주택 등 준주택 공급도 늘고 있기 때문에 기존 공급제도의 변화도 필요하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20가구 이상 주택을 수요자가 분양 받으려면 청약 통장에 가입한 후 2년이 지나고 1순위를 유지해야 한다"며 "그렇더라도 원하는 동ㆍ호수를 지정 받는 것이 아니라 다시 추첨을 하기 때문에 불만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은 지난 30년 동안 기존의 틀에서 완화와 강화만 반복해 경기 컨트롤의 수단으로 활용돼왔다"며 "청약제도는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한 공공 주택시장에 한 해 실시하고 민간 주택시장에 대해서는 공급제도를 수정하거나 폐지해 주택 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청약가점제는 2007년 판교 동시분양 등으로 집값이 최고조에 올랐던 과열기에 만들어졌던 제도"라며 "그 당시에는 수도권 청약자가 한 해 61만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6만명 수준이기 때문에 가점제를 없애고 순위 내 전산추첨을 통해 유주택자라 할지라도 주택에 당첨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의 경우 1순위 가입요건 기간이 6개월"이라며 "현행 2년인 수도권 1순위 자격을 지방과 동일하게 완화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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