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골프업계 "휴가철이 싫어요"

경기불황·불볕더위 겹쳐 연습장등 매출부진 울상<br>피서지 인근 골프장등은 이용객 넘쳐 되레 신바람

“프로님, 죄송하지만 한달 쉬고 다음달 다시 등록해서 배울게요.” “날씨 선선해 지면 클럽 장만하죠.” 여름 휴가철이 되자 골프계 각 업종이 극심한 매출 부진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서 실내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는 최 모(45)씨는 평소 170여명에 이르던 등록 회원 수가 이 달 들어 120~130명 정도로 줄어들자 울상이 됐다. 회원들이 여름 휴가를 위해 1주일 가량 연습장을 빠져야 한다는 이유로 아예 재등록을 꺼린 때문이다. 비회원으로 가끔 들르던 시간제 손님들도 더위 때문에 발길을 끊어 한 낮에는 아예 파리만 날리는 실정이다. 최 씨는 “휴가철이 낀 7월과 8월은 회원 수가 절반 가까이 감소해 운영비와 인건비 대기도 벅차 죽을 맛”이라고 설명했다. 본격 휴가철을 맞아 연습장 뿐 아니라 다른 업종도 매출 부진이 더 심해졌다. 여름은 전통적인 비수기로 분류되지만 그 중에서도 매출을 뚝 떨어뜨리는 휴가철은 골프계로서는 반갑지 않은 손님인 셈이다. 특히 경기 불황에다 기록적인 불볕 더위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업계는 어느 해보다 힘겨운 휴가철을 맞고 있다. 휴가철 여파는 불황을 모르던 골프장에도 미치고 있다. 올 들어 지난해에 비해 많게는 30% 이상이나 이용객이 줄어들었던 수도권 외곽과 지방 골프장은 더위와 피서 인파로 주중 한낮 시간대 예약률이 크게 떨어져 속을 태우는 모습이다. 일부 골프장은 시간별 요금 할인에 특정 홀에서 버디나 파를 할 경우 생맥주를 제공하는 등 이벤트 행사로 골퍼들의 눈길을 잡으려 하고 있지만 신통치 않은 눈치다. 시세 거품이 빠지면서 지난 5월 하순 이후 최근까지 소강 장세를 보여온 회원권 시장은 휴가철로 투자자들의 움직임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 매수ㆍ매도 주문과 매수가 끊어짐에 따라 일선 회원권 거래소들은 개점휴업 상태를 맞았다. 판매 부진에 시달리는 용품업계도 휴가철이 속히 지나가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가을 성수기를 앞두고 8월 말부터 매기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를 거는 주요 업체들은 여성 클럽 라인을 강화하는가 하면 신제품 개발과 수주를 통해 가을 시즌 동안 여름 부진을 만회한다는 전략이다. 한편 이에 반해 숙박이나 놀이 시설을 갖춘 리조트형 골프장, 그리고 유명 피서ㆍ관광지 인근에 위치한 골프장은 넘치는 이용객으로 즐거운 비명을 질러 희비가 엇갈렸다. 또 제주 지역 골프장에는 연일 국내 및 일본인 골프 관광객이 크게 몰리고 있으며 심야 또는 철야 운영을 하는 대형 골프연습장도 더위를 피해 야간에 이용하려는 ‘올빼미 골퍼’들로 휴가철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관련기사



박민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