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일본 극우화의 최대피해자는 미국이다

7월까지 망언 이어질 듯… 한미일 삼각동맹도 흔들려<br>한·중, 21세기판 왜구 경계… 동북아 영토분쟁 격화 전망<br>극우 일본, 미국에 총부리


가도 이렇게까지 갈지는 몰랐다. 아베 신조가 지난해 말 총리로 복귀할 때 일본의 극우화를 우려했었으나 이 정도로 막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말했다. '침략의 정의도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다'고. 심각한 언어다. 식민 지배와 침략을 부인한다면 한국과 중국, 일본 간 협력은 물론 공생마저 불가능하다.

한ㆍ중ㆍ일 세 나라는 불행한 과거를 공유한다. 제국주의 침략에 나라를 잃고 국토와 인명을 유린ㆍ학살 당한 한국과 중국이 일본에 대한 원한을 덮고 협력하는 데에는 가해자의 반성이라는 전제가 있다. 기대엔 못 미쳤어도 과거 일본은 '무라야마 담화'로 상징되는 성의는 보였다.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식민지배와 침략을 공식 사과한 '무라야마 담화'는 동북아의 상호협력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이었다.

도대체 왜 아베 총리는 한국, 중국으로 하여금 과거의 원한을 떠오르게 만드는 언행을 일삼을까.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무리 지어 강행한 의원들에게 '한국과 중국의 위협에 굴하지 말라'고 말한 대목에서는 고의성까지 엿보인다. 작심한 듯 내뱉는 그의 말이 지향하는 점은 한 가지다. 정치적 승리와 헌법 개정을 통한 군국주의화가 바로 그것이다.


아베의 거침없는 행보는 더 이어질 것 같다. 불안한 탓이다. '윤전기 아베'라는 별명을 얻어가며 돈을 찍어내 경기를 부양하고 근린궁립화 정책이라는 비난에도 인위적인 엔저(円低) 상황까지 조성했지만 과연 경기가 회복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수출이 다소 증가하는 분위기와 달리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할 가능성을 대놓고 말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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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적표가 빠른 시일 내에 좋아지기 어려운 처지인 반면 평가의 시간은 아베에게 다가오고 있다. 오는 7월 참의원 선거까지 피부로 느낄 만큼 경기호전이 없다면 일본의 극우 민족주의 포퓰리즘에 호소하는 아베의 발언 수위도 높아질 가능성이 짙다. 한국과 중국이 반발하고 규탄하면 할수록 아베는 속으로 웃을지도 모른다. 지지율이 올라갈 터이니까.

과연 아베의 계산대로 될까. 순항은커녕 역풍을 맞기 십상이다. 적어도 두 가지의 역풍이 대기 중이다. 하나는 한국과 중국에서 불어온다. 한국과 중국에서는 그를 지지율에 고무된 광인(狂人)으로 여긴다. 한일은 물론 한중일 정상회담도 물 건너 갔다. 영토분쟁이 격화할 가능성도 크다. 한국과 중국을 얕보지 않고는 행할 수 없는 언행의 대가는 아베가 생각한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 두 번째 역풍인 미국의 입장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의문점이 나온다. 미국은 언제까지 일본을 지지할까.

미국은 아베의 일본을 지지하는 듯하다. 미국은 일본의 경제부흥을 통한 글로벌경기 회복과 대중국 견제를 위해 엔저를 용인해왔다. 당면한 북핵의 위협과 잠재적인 적국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삼각안보체제의 틀 속에서 일본을 정치적으로 성원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베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미국이 끝없이 일본의 손을 들어줄 수 있느냐는 점이다. 전망이 다소 복잡하지만 미국은 분명한 한계를 설정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극우가 역사적으로 미국에 피해를 입혀왔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미국이 일본을 저어하는 시기는 의외로 빨라질 수 있다. 20세기 초반 미국이 아시아의 신흥강자 일본과 손잡고 일본도 영일동맹에서 미일동맹체제로 전환하는 밀월관계는 일본의 반짝 민주주주시기인 다이쇼 데모크라시(1911~1925)가 막을 내리고 민족주의화, 극우화로 치닫자 긴장관계로 변해버렸다. 일본의 급속한 군국주의화는 태평양전쟁을 유발하고 35만명이 넘는 미군이 죽거나 다쳤다. 한일 양국의 갈등이 결과적으로 북한만 이롭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미국에는 부담이다. 경제적으로 미국 경제의 본질적 약점인 제조업의 약화가 1960년대부터 시작된 일본의 수출공세와 무관치 않다는 점도 미국의 일본 지지가 한시적일 것이라는 점을 추론케 만든다.

문제는 아베의 모험이 실패로 귀결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한국의 고통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엔저부터 고통이다. 21세기판 왜구(倭寇)의 내습을 극복하느냐 여부는 우리의 단호한 대응과 내성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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