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사진) 재규어코리아 사장은 요리하는 CEO다. 부산 출신으로 객지 생활을 오래 한 탓에 혼자 요리하는 것이 취미가 됐다고 한다. 주말이 되면 자장면도 만들고 김치도 담그고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생선을 사다 회를 뜨기도 한다. 요즘에는 아예 요리강좌 수강신청도 했다. 지인들을 초청해 정성스레 만든 음식을 대접하는 일만큼 즐거운 취미가 없단다. “훌륭한 요리사가 되려면 전략적으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해요. 비싼 재료가 있더라도 적정량을 쓰고 과감히 버릴 줄 알아야 하거든요. 좋은 재료를 무작정 많이 넣는다고 맛이 나는 것이 아니지요. 버릴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한 거예요.” 마흔둘이라는 젊은 나이에 재규어코리아를 넘겨 받은 이 사장은 요리에서도 CEO로서의 과감한 결단력을 배우고 있다. 한양대 기계공학부를 졸업한 뒤 LG전자 해외영업팀에 6년간 몸담았던 그는 지난 1997년 수입차 업계로 옮겨 올해로 자동차 인생 12년째를 맞았다. 이 사장은 BMW 첫 공채 출신으로 1997년 세일즈매니저로 BMW에 첫 발을 디딜 때만 해도 BMW는 단지 독일의 유명한 자동차 회사로만 알았다. 자동차 경력 제로인 그는 BMW에 입사하기 위해 청계천 중고책방을 뒤져 자동차생활 잡지 2년치를 구입해 밤새 섭렵했다. 내로라 하는 학부 출신과 해외 유학파를 제치고 이 사장은 뛰어난 재치와 입담으로 당당히 자동차 시장에 입문했다. BMW에서 자동차의 신이라고 불리는 페라리를 거쳐 재규어코리아에 오기 까지는 그렇게 12년이 걸렸다. “BMW에서 페라리와 마세라티 차를 경험해보니 새로운 세계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여러 브랜드를 제대로 정확히 알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재규어 측에서 연락이 왔어요. BMW에 근무하던 시절 BMW에서는 재규어ㆍ벤츠ㆍ아우디와 성능을 비교 분석하더군요. 그렇다면 재규어가 한국에서는 아직 유명세를 얻지 못했지만 뭔가 잠재력이 있을 것이라는 호기심이 일었어요.” 이 사장은 솔직했다. 처음 한 달은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BMW의 잣대에서 평가했다. 차가 왜 이럴까, 핸들링과 브레이킹이 뛰어난 BMW에 그는 너무도 익숙해 있었다고 했다. 미국 레이서 자격증을 가진 한 직원은 그에게 1개월만 더 타보라고 권했다. “2개월째가 되니까 재규어와 랜드로버의 장점을 깨달았어요. 밸런스였지요.” 이 사장은 “영국차는 퍼포먼스ㆍ승차감 등 탑승자가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밸런스에 주안점을 뒀다”면서 “재규어는 얌전한 애마가 되기도 하고 과격한 승냥이가 되기도 하는 운전자를 위한 변신이 가능한 전형적인 영국 차량”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영국에서는 차가 문화다. 클래식 카의 본고장인 영국은 그래서 문화를 판다. 이 사장에게서 듣는 영국의 자동차 문화는 흥미진진했다. “영국에 가보면 저력을 느낄 수 있어요. 전세계 F1 기술을 영국이라는 나라에서 뒷받침하고 있지요. 케이터 햄스 세븐이라는 브랜드 들어보셨어요? 엔진ㆍ바퀴ㆍ섀시만 빼면 아무것도 없는 차지요. 달리기에만 포커스를 맞춘 차예요. 3,000만~5,000만원이지만 퍼포먼스로는 10억원짜리 페라리를 능가해요. 그런 차가 영국 거리를 활보합니다.” 영국 태생인 재규어의 잠재력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재규어를 찾는 이들은 브랜드의 개성과 디자인이 주는 차별화ㆍ희소성을 즐기려는 게 목적. 40대 일색이었던 고객층이 최근 2~3년 전부터는 20~30대 젊은층으로 확산됐다. 독특한 컬러 수요가 어떤 브랜드보다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초록색, 짙은 와인색, 푸른색 등이 가장 많이 팔리는데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재규어 고객들이라는 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저희는 그래서 틈새 프리미엄 전략을 펴고 있지요. 볼륨을 많이 늘리는 것이 목적은 아닙니다.” 60년 이상을 오직 4륜 구동 차량만 만들어온 SUV의 귀족 랜드로버는 근래 들어 여성 고객들에게 인기다. 이 사장은 특히나 랜드로버 차량 중 최상위급 모델인 레인지로버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1970년 데뷔 후 38년간 ‘최고의 오프로더’ 왕좌를 내놓은 적이 없습니다. 화려한 파티에 갈 때도, 출퇴근 때도, 주말에 산을 찾을 때도 당당한 모습이 매력적인 자동차지요.” 이 사장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재규어ㆍ랜드로버의 소문이 아직 덜 났기 때문에 흥분된 기회와 도전이 앞에 펼쳐져 있다고 즐거워했다. 최근 서울 서초동 수입차 거리에 서초전시장을 넓혀 문을 연 재규어코리아는 재규어ㆍ랜드로버 전 차종을 경험할 수 있는 시승행사를 자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