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리빙 앤 조이] 침체국면 부동산시장, 경매는 어떨까?


최근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라 경매시장 열기도 식은 상태다. 하지만 실수요자라면 가격 조건이 유리해진 요즘이 경매 참여의 적기일 수도 있다. 사진은 법원에서 열리고 있는 경매 모습 /서울경제 자료 사진

[리빙 앤 조이] 침체국면 부동산시장, 경매는 어떨까? 맹준호기자 next@sed.co.kr 그래픽=이근길기자 최근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라 경매시장 열기도 식은 상태다. 하지만 실수요자라면 가격 조건이 유리해진 요즘이 경매 참여의 적기일 수도 있다. 사진은 법원에서 열리고 있는 경매 모습 /서울경제 자료 사진 관련기사 • "경매는 부동산 시장의 아웃렛" • 경매 성공·실패 사례 서울 소재 32평형 아파트를 도시 근로자가 장만하려면 한 달 320만 원씩 저축해서 11년이 걸린다. 이 아파트가 만일 강남에 있다면 22년이 넘게 걸린다. 나름대로 열심히, 그리고 정직하게 살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울화통이 터져야 마땅한 얘기다. 한 달에 320만 원을 벌지도 못하는데 320만 원을 11년 저축해야 국민주택 규모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니, 부동산에 비교한 노동의 상대 가치가 이것밖에 안 된단 말인가. 올해 35세인 직장인 M씨는 지난해 결혼하면서 경기도 분당에 20평 아파트를 마련했다. 20년 상환기간의 장기주택마련 대출 1억2,000만 원을 받아서 마련한 것이다. M씨가 매월 힘겹게 갚아나가는 원리금은 약 90만 원. “지난해 보다 아파트값이 올랐으니 제 때 집 잘 산 줄 알라”는 남들의 말에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대출금을 다 갚게 되는 20년 뒤를 상상하면 벌써부터 허무하다. 환갑을 5년 남긴 나이에 달랑 스무평 짜리 집 한 채에 의지해 남은 생을 살아야 한다니 말이다. 게다가 자칫 부동산 시세가 푹 꺼져버리면 무주택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신세가 될 터인데, 그렇다면 힘들게 대출금을 갚아온 M씨의 삶은 그 얼마나 허망한 질주로 기억될 것인가. 집값이 너무 올라버린 요즘 같아서는 ‘집 그까짓 것, 안 사고 만다’고 생각하면 편하겠지만, 그게 그렇지 않다는 게 진짜 문제다. 대한민국에 사는 그 누구도 집 문제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다. 집을 사는 문제든, 전제든, 월세든, 하숙이든, 심지어 고시원이든, 주거에 들어가는 비용은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가 뭐래도 주거를 해결하는 여러 방법 중 내 집을 마련하는 게 제일이라는 건 해방 이후 모든 통계치가 증명하고 있다. 게다가 요즘 도시 근로자들은 ‘자기 집이 없으면 언제 중산층에서 밀려날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기도 하다. 요즘 같은 시대에 어찌 감히 부동산 시세를 예측할 수 있을까만은, 하락 가능성을 감수하고서라도 조만간 내집 마련을 해야겠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주택을 비롯해서, 모든 부동산을 취득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매매 아니면 경매다. 이 가운데 경매로 부동산을 산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상승장이 오기에 앞서 매물을 선점한다는 것, 또 하나는 시세보다 싸게 부동산을 취득한다는 의미다. 최근의 경매 시장 상황을 보면 응찰 경쟁률이 2대1 수준으로 하락했고 낙찰 가격도 대폭 하락했다. 경매시장 열기가 이처럼 싸늘하게 식은 이유는 근본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매로 부동산을 취득하는 두 가지 목적, 곧 ‘매물 선점’과 ‘시세보다 싸게 취득하는 것’ 둘 다 의미를 잃는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럴 때 역발상을 해보라고 권한다. 현재 시장 상황을 ‘대세 상승 중의 일시 침체’로 본다면 지금이야말로 경매를 하는 두 가지 목적을 멋지게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주 리빙앤조이는 매매시장보다 더 차갑게 식어있지만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는 부동산 경매시장을 들여다봤다. ‘사느냐, 마느냐’의 판단은 스스로의 몫이다. 그러나 ‘어떻게 사는 게 유리한가’에 대한 문제에서는 경매 시장에도 한 번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는 것, 그리고 이렇게 싸늘하게 식은 시장 상황이 오히려 참여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현정권 들어 부동산 광풍이 몰아치면서 부동산 경매 시장도 무서울 정도로 성장했다. 아울러 경매는 접근 자체가 까다로워 이른바 ‘선수’들이나 참여한다는 속설도 옛말이 됐다. 웬만한 물건은 7~8대1 경쟁률에서 실거래가 수준에서 낙찰되는 등 경매의 대중화 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최근의 경매 시장 시장 상황은 지난해 상황이 무색할 만큼 썰렁하다. 부동산 추가 하락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일부 전문가들은 이럴 때 ‘역발상’을 해보라고 권한다. 경매로 집을 살만한 찬스가 바로 열기가 식은 지금이라는 것이다. ■IMF이후 최대 물량, 최저 경쟁률 과연 그럴까. 현재 시장 상황부터 자세히 살펴보자. 경매 정보회사 지지옥션의 강은 홍보팀장은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매물이 많고 유찰건수가 많다”고 전제한 뒤 말을 시작했다. “매물이 많고 유찰 건이 많다는 것은 곧 가격 조건이 크게 유리해졌다는 의미 아닌가. 고가주택, 특히 종부세가 꽤 나오는 시세 10억 이상 주택은 지금이야말로 절호의 기회다.” 실제로 자료를 살펴보면 우선 과거 강남의 중대형 평형 주택에 집중됐던 압도적 선호 추세가 사라졌다. 경쟁률만 봐도 과거 7~8대1하던 중대형 아파트가 평균 3대1 수준으로 떨어졌고, 특히 이른바 ‘강남3구’는 2대1 수준으로 하락했다. 강남3구는 지난해만 해도 15대1 경쟁률이 나오던 곳이다. 경쟁률이 떨어진 이유에 대해 강 팀장은 자금, 세금, 불안감 세 가지 이유를 꼽았다. 살고 있는 집이 잘 안 팔리는 데다 대출 규제가 심해져 경매에 참여할 자금 계획을 세우기 어렵고, 매매 및 취득에 따른 세금이 무서운데다, 향후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불안 심리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들을 반대로 생각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온다. 자금 여력이 있고 향후 부동산 가격추세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실수요자, 또는 향후 부동산이 더 오를 것이라고 확신하는 투자자라면 한 번 해볼만하다는 게 부동산 경매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경매 낙찰가로 미래 예측 그렇지만 아무래도 불안한 게 향후 부동산 가격이다. 현 정권 들어 너무 많이 오른 게 사실이기 때문. 특히 대출이 필요한 경우라면 급하게 집을 살 이유는 더 더욱 없다. 사실 향후 부동산 시세에 대한 판단은 스스로 해야 한다. 신문과 방송에 매일같이 나오는 전문가 의견 치고 제대로 맞는 경우가 드물다는 건 다 아는 얘기. 이럴 때 판단의 근거로 쓸 만한 게 경매 낙찰가 추이다. 경매 낙찰가가 매매가 보다 시장예측 지표로 더 의미 있는 이유는 경매에 ‘선수’들이 더 많이 참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매는 ‘가격’이라는 단일 매개체로 다수의 참여자가 자유롭게 경쟁하는 시장이라 더 정확한 예측력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최근 경매 관계자들이 예의 주시하던 물건이 있었다. 강남의 랜드마크이자 재건축의 대명사 격인 은마아파트 32평형. 일부 전문가들은 감정가 10억 원짜리 이 물건이 만약 유찰됐더라면 부동산 시장이 수렁에 빠질 지도 모른다고 우려했었다. 그러나 이 물건은 10억 원 가까운 가격에 낙찰이 됐고,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아파트 가격이 단기간에 대폭 하락할 가능성은 적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강 팀장의 생각은 ‘대세 상승’ 쪽이다. 강 팀장은 “통계를 보면 부동산 시세가 확실히 떨어진 걸로 보이지만 그 이면도 봐야 한다”면서 “매매 자체가 뜸해 거래되는 물건이 모두 급매물이라 실제로 많이 하락한 것을 체감하는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보이는 손’의 개입은 없어 경매에 대해 알아보려면 과연 어떤 물건들이 시장에 나오는 지도 알아야 한다. 일단 경매에 나오는 부동산은 다양하다. 주택의 경우는 ‘타워팰리스부터 지하 단칸방까지 있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물건이 나온다. 주택 외에는 토지, 주유소, 찜질방 등이 있다. 경매에 나오는 이유는 단 하나, 원래 소유주의 채무 불이행이다. 금융기관이든 개인이든 채권자가 채권 확보를 위해 담보로 잡은 부동산을 법원에 넘기면 경매가 이뤄진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예전에는 ‘남의 아픔이 담겼다’는이라는 이유로 경매를 꺼리는 문화도 있었지만, 이는 옳은 생각이 아니다. 채무자는 경매 낙찰가를 손에 쥐어야 빚을 갚는다. 경매 물건이 계속 유찰돼 가격이 떨어지면 채무자와 임차인이 모두 손해다. 경매 시장에 폭력배 등 ‘보이는 손’이 개입한다는 속설도 옛날 얘기다. 법원을 직접 방문, 비밀리에 응찰가를 제시하기 때문에 특정인의 의도가 개입될 여지는 없다. ■연립은 대지지분, 상가는 ‘목’이 중요 이번엔 부동산 형태별ㆍ지역별로 어떤 물건을 살펴볼 지를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알아보자. 먼저 주택의 경우 과거 아파트가 장을 주도했으나 요즘은 연립주택이 주도한다. 금액이 작고 규제가 덜하기 때문이다. 강북 뉴타운 부근이나 재개발 소문이 도는 수도권 지역은 입주권을 노래는 수요가 많아 반지하에도 사람이 몰리는 형편이다. 아파트의 경우에도 강남 보다는 강북에 사람이 더 몰린다. 한 경매 전문가는 “강남 아파트에 집중된 각종 규제에 대한 풍선 현상일지도 모르겠다”며 “그래도 장기적 전망은 강남이 낫지 않겠냐”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또한 “연립을 고를 때는 개발 가능성을 먼저 따지고, 아파트 입주권을 고려해 대지지분이 큰 걸 고르는 게 좋다”고 권했다. 상가는 경매에서 훌륭한 틈새시장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이 아니라 ‘목’이다. 현장조사가 필수다. 가끔 목이 좋은데도 과다채무 때문에 경매에 나온 물건들이 있으니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토지의 경우, 지난 2004년 경매 시장을 주도했다. 당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전국이 개발 열풍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규제가 시작되고 경매 열기도 곧바로 꺼졌다. 토지 거래에 있어서 경매의 장점은 토지거래허가제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매입 후 의무사용기간도 없어 곧바로 매각할 수 있다. 따라서 토지는 경매로 사는 게 정석이지만, 팔고 싶을 때 매수자가 나타나느냐는 별개의 문제인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요즘 목욕탕 찜질방 등의 매물도 봇물을 이루지만 주의해야 한다. 목욕시설은 장사가 안 될 경우 사무실 등 다른 용도로 개조하려고 해도 공사비가 크게 나온다. 경매 물건을 고를 때는, 우선 개인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하는게 가장 중요하다. 학군, 통근 용이성 등 스스로 원하는 특징을 먼저 살피는 게 현명하다. 투자가 목적이라면 미래가치가 중요하다. 강 팀장은 “그렇다면 첫째가 강남, 둘째가 강북과 수도권이고 지방은 노리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물건 조사후 현장확인 필수 ■ 경매 참여 요령 부동산 경매에 참여하려면 어떻게 준비하는 게 좋을까. 문답식으로 알아봤다. -기본적인 준비 과정은. "우선 물건 조사다. 평수, 금액, 지역 등 굵은 정보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대법원 인터넷 사이트 및 신문에 공고가 나는데, 정보회사에 가입해 정보를 받아보는 게 편하다. 탐나는 물건이 있으면 세입자가 있는지, 전입일자는 언제인지, 상권은 어떤지, 지도상의 위치는 어떤 지를 확인해야 한다. 경매계의 격언 하나. '현장을 꼭 가라'는 말이 있다. 현장 조사 없이 응찰하는 것은 얼굴도 안 보고 결혼하려는 것과 같다." -감정가의 의미는. "감정가는 어디까지나 감정가일 뿐이다. 급락 또는 급등하는 시장서는 감정 시점과의 시간차에 다른 시세차이가 존재한다. 또 하나의 격언을 소개하자면 '감정가를 감정하라'는 말이 있다.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에 가서 때론 사려는 사람처럼, 때로는 팔려는 사람처럼 위장하고 조목조목 물어봐라. 아파트라면 관리사무소도 가보는 게 좋다. 미납관리비 중 공용 부분 등 등은 낙찰자가 승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권리관계는 어떻게 조사하나. "동사무소를 가봐야 한다. 전입일자, 전입세대 등을 확인해야 한다. 현재 살고 있는 사람이 임차인인지 소유자인지도 알아봐야 하고, 만일 임차인이라면 대항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봐야 한다. 이런 것들을 '권리분석'이라고 하는데, 이 말은 쉽게 풀어서 낙찰을 받고도 더 물어줘야 할 돈이 있느냐를 따지는 문제라고 보면 편하다. 그러나 권리 관계가 복잡하다고 해서 걱정할 것은 없다. 돈이 추가로 들어갈 뿐이며, 이런 경우 추가 금액만큼 응찰가를 낮추면 된다." -자금마련 계획은. "응찰시 최저가의 10%를 보증급으로 납입하고, 낙찰되면 나머지 금액을 45일 내에 납입해야 한다. 돈이 부족하면 은행권에 경락잔금대출을 알아보자. 그런데 이것도 DTI 기준이 적용되면서 까다로워졌다. 그러나 제2ㆍ3 금융권까지 알아보면 대충 절반 정도는 대출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경매를 하려면 시간과 자금에 여유가 있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경매는 매매처럼 사고 팔고, 세들거나 세를 들이거나 하는 날짜를 맞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응찰 시 주의사항은. "누구나 경매하러 법원에 가면 가슴이 뛴다. 사례, 통계, 권리분석, 수익률 분석 등을 통해 결정한 가격으로 응찰하되, 떨어져도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해야 한다." /도움말=지지옥션 입력시간 : 2007/06/0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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