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亞·남미경제 다시 벼랑끝으로

亞·남미경제 다시 벼랑끝으로 [2000 격동의 지구촌] ④ 곳곳 드리운 먹구름 새천년의 첫 해인 2000년 지구촌 곳곳에는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97년 외환위기의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은 아시아 각국에서는 '제2의 경제위기설'이 모락모락 피어 올랐고, 아르헨티나의 모라토리엄 임박설은 남미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갔다. 일부에서는 국가 지도자들에 대한 탄핵 공방마저 벌어지는 등 정국 불안이 극에 달해 지역 경제를 한층 암울한 지경으로 빠뜨렸다. 이밖에도 터키, 러시아 등이 줄줄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 초장기 호황을 누린 미국과는 달리 지구촌 상당 지역은 경제난에 허덕이는 상황이 계속됐다. 특히 지난 9월에는 요르단강 서안에서 총성과 함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에 겉잡을 수 없는 유혈사태가 발발, '3차 석유파동'이 눈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세계 경제불안을 부추기는 등 도처에서 위기의 불씨가 인 한 해였다. 아시아 국가들은 외환위기와 경기 침체의 악몽에서 완전히 깨어나지도 못한 채 또다시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미 나스닥 증시 폭락과 고유가의 여파로 증시가 곤두박질을 치고, 달러화 강세로 인해 통화가치는 바닥으로 떨어지는 등 외부 돌발변수가 심각한 악재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지만, 지역 경제를 결정적으로 흔들어놓은 것은 국내의 정세 불안. 특히 핵발전소 문제를 둘러싸고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이 탄핵위기에 몰린 타이완과 조지프 에스트라다 대통령의 부정비리가 터져나온 필리핀의 경우 극심한 경제 불안에 시달리며 제2의 금융위기의 '진앙지'로 지목됐다. 일본과 인도네시아 등도 정권 존립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러 지역 정세 불안을 부채질했다. 이로 인해 연초 1만포인트를 웃돌던 타이완 주가는 하반기에 5,000포인트를 무너뜨릴 정도로 폭락했고, 필리핀의 주가도 30~40%씩 곤두박질쳤다. 와히드 정권이 휘청이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통화 가치가 연초대비 30% 이상 하락한 상태. 여기에 세계 2대경제국인 일본마저 모리 요시로(森喜朗) 정권의 지지도 급락에 따른 정세 불안과 해외 악재의 영향으로 경기 회복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지구촌 경제 불안의 주요 요인이 됐다. 아시아의 위기감이 타이완과 필리핀에서 촉발됐다면 중남미를 뒤덮은 불안 기류는 아르헨티나에서 비롯됐다. 지난 2년동안 경기 침체의 길을 걸어 온 중남미의 2대 경제국인 아르헨티나 경제는 올 하반기들어 실업률이 15%를 웃돌면서 급기야 실업자들의 폭동에 휘말렸다. 이는 해외 투자가들의 이탈과 주변국으로의 위기 파급 우려를 낳았고, 실제로 브라질과 칠레 등의 경제에까지 상처를 입히면서 중남미 경제를 급속도로 끌어내리는 결과를 낳았다. 장기잡권의 대표주자로 꼽히던 페루의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의 하야 과정에서 벌어진 극심한 정국 위기도 이 지역의 큰 불안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아르헨티나는 IMF가 400억달러에 육박하는 구제금융을 지원키로 함에 따라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아직 위기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이밖에 터키도 하반기 금융위기설이 나돌면서 IMF로부터 75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하는 등 IMF에 도움을 청하는 비명 소리는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한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국제기구와 미국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 수개월째 유혈분쟁을 벌이며 세계 경제에 '기름 파동'의 우려를 조성했다. 한때 37달러에 달할 정도로 유가 급등하자 유럽 각국에서는 세금인하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고 수입 원유가 인상으로 인해 각국의 무역수지가 악화되는 등 '세계의 화약고'로 불리는 중동의 정세 불안은 지구촌 구석구석까지 파장을 미치며 그 파괴력을 과시했다. 신경립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