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자금 밀물… 하락 부채질
■ 1弗=1,030원… 86개월만에 최저올들어 거래소 시장 순매수 1조원 달해주식·채권이어 환율서도 중요변수 부상
최근 거래소와 코스닥시장 등 주식시장에 대거 유입되고 있는 외국인 자금이 환율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9일 원ㆍ달러 환율 하락은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이 제일은행 인수 자금용으로 대규모로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인 영향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최근 며칠 동안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이면서 나온 결제 물량도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외환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외국인투자가들은 올들어 거래소시장에서만 1조원에 달하는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 13일 이후 3거래일 동안의 순매수 규모만도 6,000억원에 이른다. 주식 거래대금은 매매가 체결된 지 2거래일 후에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지난주 말 거래동향이 이번주 초에 작용하고 있는 것.
하종수 외환은행 차장은 "이날은 SCB의 달러 매도물량이 주요인이었지만 좀더 큰 흐름으로 보면 외국인투자가들의 주식시장 거래동향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재권 한국은행 외환시장팀장은 "이날 외환시장에는 3재가 한꺼번에 작용했다"며 ▦최근 며칠새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수 규모가 상당한데다 ▦역외시장에서 일부 투자은행들이 '달러 팔자'에 나섰고 ▦달러 반등을 예상, 달러를 과매수(롱)했던 국내 은행들이 이날 환율이 크게 하락하자 손절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외국인의 주식 결제대금 중 일부는 지난해 주식을 매도한 후 원화로 쌓아뒀던 보유자금이며 신규로 외국에서 유입되고 있는 자금도 상당액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1월18일 현재 외국인 증권 투자자금 유입 규모는 거래소시장 순매수 규모(약 10억달러)와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주식과 채권을 사고팔기 위해 거래되는 외국인 자금은 하루 평균 8억9,000만달러(지난해 기준)에 이른다. 이는 하루에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현물환 거래규모(39억달러)의 22.8%를 차지하는 것. 국내 주식시장에 유출입되는 외국인 투자자금 규모에 따라 환율이 큰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다.
황문성 한은 외환분석팀 차장은 "외국인의 증권 투자자금 유출입 규모가 늘면서 주식ㆍ채권시장뿐 아니라 외환시장에서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하고 달러가치 급락 속도조절에 실패하는 등 최악의 경우 원ㆍ달러 환율은 하반기 900원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인상과 달러가치 약세 용인 정책 지속, 중국 위앤화 환율 고수, 달러가치 급락 속도조절 정책 실패, 국제자본의 미국 이탈과 달러화 투매 등을 환율 하락 이유로 제시했다.
정 연구원은 원ㆍ달러 환율이 900원까지 떨어지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대로 주저앉고 수출은 5.3%, 수입은 16.4% 각각 증가하지만 경상수지 흑자는 5억7,000만달러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이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며 재정적자 축소에 성공, 국제자본의 미국 유입이 늘어나고 중국이 위앤화 가치를 대폭 절상할 경우 원ㆍ달러 환율은 하반기 상승세로 반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 연구원은 이 경우 "원ㆍ달러 환율은 상반기 1,020원, 하반기 1,100원 등 연평균 1,060원선을 유지, 경제성장률은 3.7%, 수출증가율 9.3%, 수입증가율 14.2%, 경상수지 흑자는 145억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혜경 기자 light@sed.co.kr
입력시간 : 2005-01-19 1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