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노후소득 설계, 조사모삼 전략으로-김수봉 보험개발원장


흔히 쓰는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고사성어는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라는 뜻이다. 중국 송나라 저공이라는 사람이 원숭이들에게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를 준다니까 원숭이들이 반발했으나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 주겠다고 하자 만족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당장은 차이가 있어 보이지만 결과는 매한가지임을 뜻하거나 잔꾀로 상대방을 현혹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원숭이 입장에서는 아침과 저녁에 몇 개씩 나눠 먹든지 아무런 차이가 없지만 우리의 노후소득 측면에서는 '조삼모사'와 '조사모삼'은 그 결과가 사뭇 다르다. 노후 초반기(아침)의 필요 소득과 노후 후반기(저녁)의 필요 소득은 차이가 있으므로 노후 초반기에 더 많은 소득을 확보하도록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후대비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진 상황에서 필요 노후소득에 대한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한 금융회사의 분석에 따르면 희망 노후소득이 아닌 고령자가 실제 지출하는 생활비를 기초로 추정하면 필요 노후소득은 많이 줄어든다. 연령이 증가할수록 실제 생활비가 10년 단위로 거의 40%씩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는 소득이 줄어드는 원인도 있지만 고연령으로 진입할수록 교육·식료품·주거 등 대부분 생활영역에서 지출이 감소하는 까닭이다. 은퇴 초기에는 자녀부양 또는 여가생활 등을 위해 상대적으로 소득이 많이 필요한 시기이므로 국민연금 외에 퇴직연금 또는 개인연금 등을 집중적으로 수령해 국민연금만으로는 부족한 생활비를 보충해야 한다. 연령이 증가하면 필요 생활비가 감소하므로 그때는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노후생활을 계획해야 한다. 바야흐로 노후소득의 '조사모삼의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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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연금은 탄력적인 노후소득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수단이다. 공적연금과 달리 연금수급 개시연령, 연금수급 기간 등을 자신의 상황에 맞게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UN미래보고서 2045'에 따르면 2030년의 평균수명이 130세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물론 생명과학 기술의 눈부신 발전을 전제하고 있지만 이러한 장수에 대해 불안과 위기를 느낀다면 연금개시 연령을 좀 더 늦게, 연금수급 기간을 사망시까지로 선택하면 된다. 고령화에 따라 국가가 제공하는 노후복지 서비스의 획기적인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개인 노력에 의한 노후준비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 예상액은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를 통해 조회할 수 있으며 조만간 금융감독원은 개인이 가입하고 있는 모든 사적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의 예상 연금액을 알아볼 수 있는 통합연금포털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행복한 미래 대비의 첫걸음은 자신의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국가와 금융회사에서 제공하는 노후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탐색해 자신의 처지에 맞는 나만의 노후설계를 시작해보자. 다만 적정 노후설계는 소득·거주희망지역·건강상태·가족구성, 그리고 노후 삶에 대한 기대 정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더 효율적으로 수립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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