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로에 선 벤처] 3. 악화되는 성장토양

[기로에 선 벤처] 3. 악화되는 성장토양공모·장외시장도 찬바람… 벤처기업 싹부터 잘린다 『요즘 벤처기업 사장들은 하루종일 돈을 구하는 일에 매달려 있습니다. 자금난이 한계에 달해 하루하루 연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투자컨설팅업체인 나이스칩의 이경규 사장은 벤처위기의 실상을 이렇게 전했다. 이 사장은 또 『얼마전까지 강남 테헤란로 일대는 젊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곳이었으나 지금은 「비전이 없다」는 이유로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벤처기업의 위기는 성장토양이 악화된 데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벤처기업들이 성장의 양분을 얻을 수 있는 통로들이 하나같이 막혀 고사상태에 빠지고 있다는 것. 성장단계에 맞는 적절한 자금조달 및 주식유통의 수단들을 실행할 수 없게 되면서 「대량 도산위기」가 거론되고 있다. 장외주식시장은 물론 정부 주도로 개설된 제3시장도 유통기능이 마비돼 있는 상태다. 그동안 자금줄 역할을 해왔던 창투사나 에인절들도 벤처기업을 외면하고 있다. 공모에 나선 기업들이 광고비용을 회수하기도 힘들 만큼 인터넷 공모시장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기업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경영자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코스닥 침체가 주요원인=벤처기업들이 위기를 맞은 직접적인 원인은 코스닥 침체에서 비롯됐다. 올들어 코스닥시장이 폭락하면서 코스닥에 후행하는 특성을 가진 장외시장도 찬바람을 맞은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초기 벤처의 위기가 코스닥시장의 침체와 함께 잠복하고 있던 장외시장의 문제점들이 하나둘 불거진 때문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벤처기업을 살리려면 장외시장의 문제점과 정부의 벤처정책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목표 상실한 제3시장=현정부 최악의 증시정책으로 꼽히는 제3시장은 코스닥의 활성화에 기여하기는 커녕 현재의 벤처위기를 조장하는 데 많은 역할을 했다. 주주들의 요구에 등떠밀려 3시장에 들어오는 업체가 늘어나면서 25일로 거래업체는 100개가 됐지만 막상 지정기업들은 이미지 추락과 주가하락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3시장 개장 초기에 지정기업이 된 한 업체의 대표는 『3시장에 들어와 오히려 기업 이미지가 나빠졌다』며 『자금조달이 더 어려워진 것 말고는 얻은 게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한 증권사의 제3시장 담당 애널리스트도 『비정상거래가 난무하는 3시장은 코스닥 활성화에 기여하기보다는 투자심리만 위축시킨다』고 꼬집었다. ◇동면에 들어간 장외시장=장외시장은 긴 겨울잠에 들어갔다. 장외시장에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나면서 거래는 장기침체에 빠져 있다. 투자자들은 한때 장외시장에서 「대박의 꿈」을 키우기도 했지만 이제는 작전과 담합거래가 난무하는 위험한 시장이라고 인식한다. 주가가 정상적으로 형성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투자유치도 쉽지 않다. 국내 주요 투신사의 한 벤처펀드 운용자는 『주식이 장외에서 활발하게 거래되는 종목일수록 가격에 거품이 많다고 판단한다』며 『이런 기업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회사방침』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공모도 한파=「닷컴」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는 이유만으로 쉽사리 자금을 모으던 때는 지나갔다. 지난해 「묻지 마 투자」에 힘입어 손쉽게 자금을 모았던 기업들이 문을 닫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코스닥의 침체가 인터넷 공모시장으로 이어져 묻지 마 투자는 크게 줄었지만 일부 내실있는 벤처기업들도 자금을 구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대부분의 창투사들은 인터넷 공모를 실시한 경험이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기피, 일부 벤처기업들은 자금난의 악순환에 빠져 있는 상태다. ◇창투사·에인절클럽 벤처투자 급감=최근 코스닥 등록 직후부터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주식이 속출하면서 창투업계의 투자가 보수적인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또 에인절클럽들의 일부 운영자들이 보유주식을 클럽회원들에게 고가로 팔아넘기는 파행운영 사례가 보고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급격히 잃고 있다. 김은민기자EMKIM@SED.CO.KR 입력시간 2000/07/25 18:16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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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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