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에 버냉키 시대가 4년 더 이어진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내년 1월 말로 임기가 만료되는 벤 버냉키(사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재지명할 것이라고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이 24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매뉴얼 비서실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휴가지에서 25일 버냉키 의장의 연임을 발표할 예정이며 이 자리에 버냉키 의장도 동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FRB 연례 심포지엄인 ‘잭슨홀 미팅’에 앞서 지난주 백악관 집무실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만나 재신임의 뜻을 전달 받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버냉키 의장이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과정에서 과감하고 창조적인 대처능력을 보여줘 연임이 결정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기용한 버냉키 의장은 연말 상원 인준을 받으면 내년 2월부터 4년 임기의 2기에 들어가게 된다.
버냉키 의장은 FRB 95년 역사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행사하며 지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무난하게 이겨낸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1조달러 상당의 구제금융을 투입해 베어스턴스와 AIG 등 대형 금융기관의 회생을 주도했고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내려 신용경색을 막아냈다.
일각에서는 버냉키 의장의 권한남용 및 주택시장 위기에 대한 늑장대응을 비판하며 FRB 의장을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으나 오바마 대통령은 버냉키의 업적을 높이 평가해 연임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FRB 정책의 연속성도 연임 결정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30년간 미국 중앙은행장 교체는 단 두 번에 불과했다. 버냉키 의장의 전임인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은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때 임명돼 빌 클린턴 대통령까지 네 명의 대통령과 함께 통화정책을 조율했다. 또한 그린스펀에 앞서 폴 볼커 전 의장도 1979년 지미 카터 대통령 재임시 임명돼 레이건 대통령 때까지 연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