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수출입실적 내용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사상 최대의 수출액과 100억 달러를 돌파한 무역수지 흑자규모도 그렇지만 중국으로 쏠리던 수출이 EU(유럽연합)ㆍ미국ㆍ일본에서도 살아날 조짐을 보였다. 수입도 자본재 수입이 빠르게 늘어나 국내 설비투자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ㆍ반도체 등 일부 품목위주의 수출구조와 계속 확대되는 대일(對日) 무역적자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여기에 극심한 내수위축에 따라 수출에만 매달리는 상황에서 얼마나 제값을 받고 수출을 하는지 여부, 즉 수출의 질(質) 문제는 정부와 기업이 모두 한번쯤 점검해 봐야 할 과제다.
◇중국으로의 쏠림현상 개선돼=10월에도 우리의 최대 수출국가는 20억달러를 넘긴 중국이었다. 그러나 증가율(44.1%)은 평균 50%가 넘었던 최근 3개월에 비해 많이 둔화됐다. 반면 EU로의 수출증가율이 전월의 두배에 가까운 32.4%에 달했고 대미ㆍ대일 수출도 2개월째 두자릿수 증가를 기록했다. 수출의 중국의존도가 약화되고 다른 지역에서 수출이 살아나고 있다는 바람직한 신호로 평가된다.
윤진식 장관은 “최근 미국과 일본경제의 회복조짐이 가시화되고 있어 앞으로 이들 지역으로의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이는 국내 경제 전반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말까지 수출은 1,900억달러 이상으로 사상 최대, 무역수지 흑자폭이 13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자신하는 배경에는 EU는 물론 대미ㆍ대일수출확대에 대한 확신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설비투자도 회복될 조짐=지난 7,8월 자본재수입이 한자릿수 증가에 그쳐 성장잠재력약화가 걱정됐었다. 그러나 9월 15.2%로 두자릿수 증가세로 돌아선데 이어 10월에는 19.9%로 더 높아졌다. 그 가운데 특히 기계류수입이 20% 넘는 큰 폭의 증가율을 기록, 설비투자가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원유도입이 늘어나고 철강판(21.0%)과 비철금속제품의 수입(41.2%)이 크게 증가한 부분도 최근의 경기침체를 감안하면 좋은 징조로 해석된다. 박봉규 산자부 무역투자실장은 “자본재와 함께 원자재 수입도 3개월만에 두자릿수의 증가를 나타낸 것은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수요증대라는 면에서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수촐호조에 따른 부작용 대비해야=수출과 무역흑자가 급증한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수입규제 등 통상압력이 거세지고 환율하락 압력이 강해지는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 무역협회의 한 관계자는 “중국 등 흑자가 많이 나는 지역으로 활발하게 구매사절단을 파견하는 등 통상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급증하는 대일 무역적자 해소책 마련도 시급하다. 대일 무역적자는 10월에만 13억달러에 이르는 등 올들어 지금까지 149억달러로 지난해 전체 적자규모(147억달러)를 벌써 넘었다.
<임석훈기자 sh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