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불의 고리' 심상찮은 징후… 일본 또 지진 대재앙 덮치나

네팔 이어 파푸아뉴기니·日 등 '환태평양 지진대' 강진 이어져

"수개월내 더 큰 지진 올 수도…"

'간토대지진 주기설' 공포 확산

위험국가 대부분 인프라 취약… 한국도 내진설계 등 대책 시급


역사적으로 지진과 화산활동이 잦아 '불의 고리'라고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가 다시 한 번 불을 뿜기 시작했다. 지난달 25일과 이달 12일 각각 8,000여명과 100명 가량의 목숨을 앗아간 네팔 대지진뿐 아니라 태평양 지역 곳곳에서 강진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남태평양 호주 북쪽에 있는 섬나라 파푸아뉴기니에서는 지난달 30일 규모 6.7의 지진이 발생했고, 이틀 만에 6.8의 강진이 재발해 한때 쓰나미 경보까지 내려졌다. 환태평양 지진대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에서는 지난 13일 규모 6.6의 강진이 발생해 고속철도인 신칸센의 일부 노선이 운행 중단되었고, 15일에도 후쿠시마에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했다. 평소에도 워낙 지진과 화산활동이 잦은 지역인 만큼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도 있지만 과거 환태평양 지진대에서 발생했던 수많은 재앙이 연상된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대지진 주기설'이 회자되는 등 공포심이 확산되고 있다.

◇전 세계 지진 90% 몰린 '불의 고리'= 뉴질랜드에서 시작해 인도네시아와 대만, 일본을 거쳐 태평양 건너 미국 서부·남미까지 이어지는 환태평양 지진대는 태평양판, 유라시아판, 남극판 등 각종 지각판이 충돌하는 지하의 전쟁터다. 세계 지진의 90%가 여기서 발생하고, 지구상에서 활동 중인 화산의 75%가 이곳에 몰려 있다. 이 지역이 '불의 고리'로 불리는 이유다.

역사적인 대참사들도 이 곳에서 많이 발생했다. 1923년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일본의 간토 대지진이 대표적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지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이후에도 재앙은 이어졌다. 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해저에서 발생한 규모 9.3 의 강진과 이에 따른 쓰나미는 2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낳았다. 2011년 3월의 동일본 대지진 때도 사망자와 실종자가 2만 명이 넘었다. 불의 고리가 관통하는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자연재해로 입은 손실이 최근 30년 동안 4,530억달러(496조 803억원)에 이른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대재앙이 올해 또다시 이 지역을 덮칠 지 모른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1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호주의 지진 전문가 케빈 맥큐 교수는 "지질활동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며 더 큰 지진을 우려한 바 있다. 그로부터 17일 뒤, 규모 9.0 규모의 동일본 대지진이 일본열도를 강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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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불의 고리에서 강진이 연달아 이어지자 호주 지질학자 조너선 바스게이트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지역은 지금 매우 활동적이기 때문에 수 개월 안에 더 큰 지진이 닥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간토 대지진 발생 100년을 앞두고 '대지진주기설'이 거론되면서 다음 차례는 일본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추측도 나온다. 최근 일본 정부 지진조사위원회는 도쿄가 위치한 간토지역에서 향후 30년 내 규모 6.9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확률이 50~60%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위험국가들 대비 부족…한국도 안전지대 아니다= 이번 네팔 대지진에서 희생자가 유독 많았던 이유는 평소 지진에 대비한 건축설비가 전혀 돼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내진 설계를 갖추고 있는 일본에서 같은 강도의 지진이 발생했다면 이 정도로 많은 사람이 희생되진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인프라 부실에 따른 지진 피해 확대의 위험성은 환태평양 지진대에 위치한 대부분의 남아시아 빈국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지진 취약 지대에 사는 인구는 부쩍 늘어난 반면 경제 성장이 뒷받침되지 못해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는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에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네팔 역시 오래 전부터 지진 발생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열악한 경제사정과 정치권의 부패로 재해 대책에 소홀했던 것이 피해를 악화시켰다.

불의 고리 인근에 위치한 한국의 상황도 걱정스럽긴 마찬가지다.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평균 지진 발생 횟수는 1980년대 16회에서 2000년대 44회, 2010~2014년 58회로 대폭 늘어나는 등 지진 리스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데 반해 내진 설계가 된 건물은 턱없이 적다.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정감사 결과 한국 전체 내진 설계 대상 건물 중 실제 내진 설계를 갖춘 건물은 30.1%에 불과했다. 심지어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서울시의 경우 내진 설비율은 23.6%로 평균 이하였고, 서울 지하철1~4호선 146㎞ 구간 중 내진 설계가 된 구간은 5.3㎞밖에 안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달 25일 네팔을 덮친 지진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가 됐을 것이다. 네팔의 인구밀도는 2011년 기준으로 1㎢당 181명에 불과하지만 한국은 2013년 현재 그 2배가 넘는 501명이다. 특히 서울의 인구밀도는 무려 1만 4,457명에 달한다. 지진 전문가들이 우리나라 단층 상황에 대한 기초적인 조사와 지진 전문가 인력 양성을 촉구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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