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브랜드는 없고 스타만 남았다

연예인 공항 패션은 스타들의 평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엿본다는 소박한 관심에서 출발했다. 브라운관 밖에서 스타들이 평소 애호하는 가방ㆍ신발ㆍ패션 등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스타들의 자발적인 공항 패션은 온데간데없다. 브랜드를 노출시키려는 업체의 마케팅 전략과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연예기획사의 '연출되고 조작된' 결과물이 쏟아지면서 연예인들의 공항 패션이 난립하는 것이 현실이다.

드라마가 뜨면 반드시 수반되는 것은 다름 아닌 여주인공의 핸드백. '김남주 가방' '김하늘 가방' '이민정 가방' 등 드라마 여주인공이 들고 나온 가방은 어김없이 인터넷상에서 회자되며 '잇백 붐'을 일으킨다.


당초 스타 마케팅은 스포츠ㆍ방송ㆍ영화 등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스타를 내세워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마케팅 전략으로 시작됐다. 해당 스타를 통해 기업 이미지와 정체성을 공고히 하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최근 패션계에 난립하는 스타 마케팅은 스타의 몸값을 올려 권력화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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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를 중심으로 브랜드가 붙고 돈이 모이니 스타 헤게모니가 형성되고 스타 섭외에 중추 역할을 하는 스타의 지인인 스타급 스타일리스트까지 권력화의 중심에 서기 시작한 것.

탤런트 김남주는 매 드라마에서 각기 다른 브랜드의 가방을 들고 나왔지만 '김남주 가방'과 '김남주 패션'에서 기억에 남는 브랜드는 과연 몇이나 될까. 결국 브랜드는 없고 스타만 남은 셈이다.

그러나 스타 마케팅의 피해자는 결국 소비자다. 스타에 현혹되고 기업의 마케팅에 휘둘리다 무분별한 '인스턴트 컨슈머'가 된다. 정작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기보다 업체가 조장하는 반짝 유행에 빠져 상품을 샀다가 금세 싫증 내기 일쑤다.

'스마트 컨슈머'라면 연예인 마케팅에 집착해 스타를 권력화시키는 주범에서 벗어나 자정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아울러 브랜드들도 브랜드 정체성과 상관없이 상품 노출에만 연연하며 당장 눈앞의 매출에 급급하는 근시안적인 시각을 버리고 지속 가능한 마케팅을 해야 한다. 기계적으로 '스타의 잇백'을 찍어내는 브랜드가 장수하기는 만무하다.


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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